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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하태평 Aug 18. 2022

제4화; 과거계로부터 온 응답

본격 탐사 판타지 <지구인들> 제 1부 ; 좀비는 아니지만 쉽게 죽을 수는 없지         



제4화; 과거계로부터 온 응답     


사람은 누구나 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지금이야 고향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어졌지만, 나이든 사람들은 고향을 떠올리면 마음이 푸근해 온다. 

고향과 어울려서 ‘시골’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 역시 그렇다.


백면은 따로 고향이랄 게 없기 때문에, 마음 풀어놓을 부모도 없기 때문에, 의지할 대상을 구할 땐 항상 강대성을 찾아간다.      

100살의 나이여서 남의 시중을 받아야 생활이 가능한 처지가 되었는데도, 백면은 여전히 강대상을 의지하고 섬긴다. 강대성이 없었다면 지금의 백면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 어서 와. 밥은 먹었고?”     


백면이 들어가자 누워있던 강대상이 제자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켰다. 

백면은 큰 절을 올렸고, 강대상은 옷매무새를 가지런히 하고 절을 받았다.    

 

“맛있는 순댓국 먹었습니다. 민도길하고 같이요.”

“순댓국! 민도길이 순댓국 좋아하지.”

“먹고 나오다가 괴한을 만났는데...”

“싸웠군! 그 친구, 아직도 그 버릇 못 놨어.”

“죽었습니다.”

“죽어? 누가? 민도길이?”

“예.”     


백면은 자신이 본 그대로의 상황을 강대성에게 말해 주었다. 

강대성은 처음에는 놀랐다가, 어이없어 하다가, 나중에는 잔뜩 미간을 찌푸리고 근심에 잠겼다. 강대성이 고민하는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는 백면이어서, 사태의 심각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자네들이 힘들게 생겼군. 작정하고 잡으려 들면 감당하지 쉽지 않을 텐데.”

“역시 태양인 짓이겠죠?”

“그렇다고 봐야지. 해골을 잘라서 뇌를 꺼내 하늘에 바치는 건 저들의 전통적인 의식이야. 

사라진 지 500년이 넘은 의식이 다시 등장하다니 뜻밖이군.”

“그런데 왜 하필 민도길을?”

“그러게.”

“뭔가, 우리 전체에 대한 경고라고 느꼈습니다.”

“경고?”

“말하자면 선전포고지요.”

“어차피 자기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데 왜 선전포고를 해? 

그동안 하던 대로, 적당히 여론을 조장하면 자기들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잖아?”

“뭔가 우리 모르는 일이 진행되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흐음...!”   

  

강대성의 목 깊은 곳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강대성은 사실 무술이나 정신수련같은 것과 연관이 없는 순수한 예술가였다. 그러나 그의 집에는 많은 도깨비 인간들이 드나들었는데, 강대성은 도인들이 세상으로 나가는 정거장 같은 역할을 한 셈이었다.      

처음 백면이 강대성을 찾아왔을 때 선뜻 그를 받아들이고 다소 황당무계한 가르침을 주었던 것도 그런 분위기와 연관이 있었던 거다.      


백면이 그렇게 도술을 배워 나갔어도 강대성은 전혀 마음에 흔들림이 없었다. 그저 자신의 본분인 조각에만 전념하며 살아왔다.

     

“저들이 과거의 의식을 소환했으니, 우리도 과거의 의식으로 대응해야 해. 

아무래도 이건 시간의 싸움인 것 같아.”

“시간 싸움이요?”

“시간을 소멸시키려는 시도? 

설명할 수 없으나 뭔가 우리 인간을 배제하려는 뜻이 느껴져.”

“불가능한 시도 아닌가요?”

“불멸은 영원한 꿈 아닌가? 어쨌든... 

우리도 과거의 의식을 소환하자고. 봉화를 올려.”

“봉화요? 갑자기 웬 봉화를...”

“비상사태가 났다는 걸 알려야지.”

“선생님, 요즘은 핸드폰이 빠릅니다.”

“핸드폰도 쓰고, 유튜브도 쓰고, 봉화도 쓰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지.”

“유튜브로 봉화를요?”

“왜? 안 돼?”

“아뇨. 안될 건 없지만...”

“그럼 그만 둬. 마음에 의심이 뜨면 이미 틀린 거야.”   

  

백면이 미심쩍어 하자 강대성이 삐져서 누워버렸다. 

백면은 아차! 싶었다. 처음 강대성을 찾아올 때의 초심을 잃어버렸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 때는 털끝만큼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어찌 되었는가? 백 개의 얼굴을 얻지 않았는가? 믿음은 기적을 만들어낸다.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죄를 한 덕에 강대성의 마음이 풀렸다. 


어떻게 봉화를 올릴 것인가에 대해 강대성도 구체적인 생각은 없는 듯 했다. 그러나 봉화가 실제적인 해결책이 될 거라는 점에 전혀 의심이 없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보았다.   

  

“일단 나는 가마에 불을 피우지. 색깔로 연기를 넣어서, 두 시간마다, 일주일 동안. 

자네는 자네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봉화를 올려.”     


백면은 일단 페이스북 계정을 열었다. 해본 적이 없지만, 왠지 자신의 페이스북으로 먼저 알리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고, 백면은 첫 글을 올렸다.     


“봉화! 작금에 이르러 우리 백두 한민족의 존망이 걸린 중대사태가 발생하므로 이에 급히 봉화를 올린다. 

상황 파악이 가능한 자는 대중에게 보고하고, 

지혜를 갖춘 자는 한시라도 빨리 대책을 제시하라. 

멀리 치우천왕 이래의 용맹한 조상들과 홍익인간의 대의를 중시하는 오늘의 전사들까지 모두 궐기할 때다. 

이 사태에 대해 해결방안이 있는 현자께서는 부디 이 봉화를 보시고 강림하여 주시옵소서!”     


유튜브에 동영상도 올렸다. 두 시간마다 하나씩, 백면은 얼굴을 바꿔가며 봉화문을 읽었다. 

100세 노인 강대성 역시 두 시간마다 봉화 피우기를 잊지 않았다.      


3일이 지날 때쯤 강대성이 쓰러졌다. 백면과 다른 제자들이 서로 하겠다고 나섰으나 강대성은 단호히 거절했다. 본인 생전에 마지막 작품을 만드는 중이라고 했다.      

간절하기는 백면도 못지않았다. 친한 민도길이 비명횡사한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번쩍 눈이 떠졌다. 원수를 갚고자 해도 방법이 없었다. 

누군지도 모르고 이유도 몰랐다. 그저 마음을 다해서 봉화를 올리는 외에는 할 바를 몰랐다.    

 

‘어쩌면 죽음을 자초하는 건지도 몰라.’     


유튜브 영상을 찍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진정성을 드러내기 위해 변신하는 자신의 얼굴을 편집 없이 촬영했는데, 그 영상이 공개되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것이었다. 백주 대로에 벌거벗고 서는 기분이었지만 애써 견뎠다.    

  

설령 이게 마지막이라고 해도 후회는 없었다. 백면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지난 세월이 사실은 덤으로 주어진 인생 아니었던가? 

무술은커녕 간단한 호신술도 모르는 자신을 죽이려들면 감당할 재간이 없었다. 그저 매일매일 점괘나 신중하게 살펴보는 수밖에.     


닷새째 되는 날 비가 내렸다. 봄 가뭄이 심하던 터라 반가운 비였지만 강대성이 올리는 봉화불이 잘 올라가지 않았다.      

붉은 색 연기가 가마 아궁이로 역류해서 바닥에 깔렸다.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에서 기계로 스모그를 뿌린 것 같은 모양이었다.     


“이거이 뭐람? 귀신 영화 찍는가?”     


마침 강대성의 건강이 걱정스러웠던 백면이 공방에 내려와 있던 때였다. 연기를 뚫고 검은색 정장을 입은 두 남자가 나타났다. 

큰 키에 잘생긴 두 사람을 보자마자 백면은 예전에 본 TV 드라마 <도깨비>를 떠올렸다. 드라마 속의 두 남자, 공유와 이동욱을 보는 것 같았다.      

공유처럼 보이는 남자는 머리를 상투처럼 묶어 올리고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 옆 이동욱처럼 보이는 남자는 중절모자를 썼는데, 모자를 벗어 옷에 묻은 빗방울을 털며 투덜거렸다. 

조금 전의 목소리도 그의 것이었던 모양이다.   

  

“갑자기 비는 왜 오냐고? 모처럼 빼입었는데.”

“무슨 소리? 비 안 왔으면 우리도 못 왔어.”

“누가 그걸 모르니? 이 비 내가 불렀어, 왜 이래?”

“치매야? 제가 똥 싸놓고 누구 똥인지도 몰라.”

“캐릭터라고, 투덜이 캐릭터...”

“언제는 저승사자 캐릭터라더니.”

“그러니까! 투덜이 저승사자.”     


백면과 강대성이 가까이 다가가도 두 사람은 티키타카 쓸데없는 말싸움에 열중해 있었다.


“실례지만 뉘신지...?”

“아! 이 간나 아냐? 너, 봉화 땡긴 놈 맞지?”   

  

공유 닮은 남자가 백면을 보자 반색을 하며 물었다.    

 

“내레 뭐라 했어? 틀림없다 그랬지!”

“봉화는 제가 아니라 여기 선생님께서...”     


백면이 강대성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뭔가 겸양의 미덕을 발휘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늙은 놈 말고, 너 말이야. 네가...”     


그러면서 공유를 닮은 남자가 유튜브에 올린 백면 흉내를 냈다.   

  

“멀리 치우천왕 이래의 용맹한 조상들과 홍익인간의 대의를 중시하는 오늘의 전사들까지 모두 궐기할 때다.,, 네 놈 아냐?”

“맞긴 한데, 초면에 말이 좀 심하네?”

“심해? 부디 강림해 달라매?”

“하하하. 잘 왔어요. 실례가 됐다면 용서하시오. 

이 백살 늙은이가 열심히 봉화를 피운 보람이 있군요.”     


공유 닮은 남자가 흉내 내는 걸 재미있게 보던 강대성이 수습을 위해 끼어들었다.    

 

“뭐래? 백 살 늙은이?”

“우와! 자랑인가?”  

   

두 남자가 서로 마주보며 또 티키타카를 시작했다.     


“백 살이 늙은이면, 우리는 뭐가 되는 거야?”

“야, 영랑. 너는 몇 살이냐?”

“어떻게 기억해. 그 어려운 걸?”

“그러게. 과거 현재 미래, 시간을 구별할 줄 알면 이 고생 안 하지. 비나 맞으면서 다니고.”

“해모수. 불평 그만 해. 이제 얘기 좀 듣자.”

“듣기는 뭘 들어? 뻔한 얘긴데.”

“그래도 절차라는 게 있잖아. 듣는 척이라도 하자.”

“나 바쁘다고. 가서 고양이 밥 줘야 돼. 그냥 할 얘기 하고 가.”     


해모수라고 불린, 중절모를 쓴 남자가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두루마리 편지였다. 

주르르 펼치더니 해모수가 읽기 시작했다.     


“여수장 우중문. 신책구천문 묘산궁지리. 전승공기고 지족원운지”

“뭐야? 그거 말고. 그건 문덕이 시잖아.”

“아... 실수! 이건가?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서로 사맛디 아니할 새. 이런 전차로...”

“아이참! 뭐하는 거야 지금.”

“앗, 쏘리! 이거구만.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에잇! 이리 내!”     


참다못한 영랑이 해모수가 들고 있던 두루마리 편지를 빼앗아 들고 읽기 시작했다.     


“오등은 자에 귀하 백면의 봉화에 접하여 사태의 심각함을 분명히 인지하고, 

이에 다음과 같은 방안을 마련하여 현생 제군들에게 통고하는 바다.”

“자네 봉화만 언급되는 걸 보니, 내 봉화는 효과가 없었나 보군.”  

   

강대성이 약간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속삭였다. 그걸 본 영랑이 읽기를 멈추고 인상을 썼다.     


“집중 안하고 뭐해? 그리고, 필기 안할 거야?”

“필기요? 무슨 필기를...”

“이거, 도로 갖고 가야 돼. 적어오기 싫어서 사무실 꺼 살짝 들고 왔거든.”     


백면이 의아해하자 영랑이 읽던 두루마리를 흔들어 보였다. 종이처럼 보였지만 두루마리 액정이었다.      


“아, 예...”     


백면이 건성으로 대꾸하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영랑이 다시 소리를 지른다.  

   

“뭐 해? 필기할 생각 안하고?”

“괜찮습니다. 계속하세요.”

“엥? 다 외워?”

“아뇨. 그걸 뭐 하러 외워요.”

“뭐 하러? 별 볼일 없다 이거야? 기껏 봉화까지 피워놓고?”

“녹음 시작했어요. 그냥 말 하셔.”

“아...! 그런 수가 있네. 너, 보기보다 잔머리가 좀 있구나?”     


영랑이 낭랑한 목소리로 편지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굳이 그 내용을 전부 옮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길기도 하고, 태양족에 대한 언급 같은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중요한 것은 대응책인데 일단 도깨비 인간을 가 나 다, 세 집단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접근을 한 것이 눈에 띄었다. 후일 태극당이 소집한 33인 회의는 그 중 하나로, 다른 두 집단 역시 33명씩이었다. 하나는 전투력 중심, 다른 하나는 여성 그룹이라고 했다.     


“99명인데요?”

“그래. 각각 33명씩이니까.”

“아까, 총 100명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렇지. 총 100명.”

“근데 99명밖에.”

“나머지 한 명은 지가 알아서 할 거야. 신경 쓰지 마.”

“누군데요?”

“나도 몰라. 터미네이터? 푸하하!”     


영랑은 자신의 조크가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껄껄 웃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 아무도 같이 웃어주지 않았고, 머쓱해진 영랑이 슬그머니 웃음을 거뒀다. 해모수가 정색을 하고 말을 이어갔다.     


“우리도 

자네들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어. 봉화가 우리한테 닿은 게 임진왜란 때 이후 처음이니까. 그때도 순신이가 정성을 다해 봉화를 올려서 우리가 댕겨갔잖아. 네가 큰 일 한 거야.”     


해모수가 백면을 보며 칭찬했다. 강대성이 약간 놀라며 물었다.     


“그 순신이 이 순신?”

“아! 그때도 자기가 갔었어?”     


영랑도 새로운 사실을 안 듯 놀란 표정이었다.     


“그럼! 거의 내가 붙어 있었지. 그러다 잠깐 자리를 비웠는데 그때 그만...”

“어쨌든 애썼네. 나는 충녕이 가르칠 때 한참 같이 있었어.”

“충녕이면 세종?”

“그렇지. 훈민정음도 만들어 주고. 세종은 거의 내가 키웠다고 보면 돼.”

“세종대왕도 봉화를 올렸나요?”     


괜히 궁금해진 백면이 물었다.    

 

“아냐. 걔는 전략자산이었어. 큰 그림에 필요해서 만들어진 거지. 

당시는 우리가 지구 전략을 주도했는데, 현대 들어서 저 놈들한테 주도권이 넘어간 거야.”

“대놓고 죽이려 드니 어쩌자는 걸까요?”

“개벽이라고 있잖어? 지구를 뒤엎어서 판을 다시 시작하자는 거지. 전부터 하던 얘긴데, 진짜로 실행을 하려는가봐.”

“걱정됩니다...”

“일단 봉화가 올라오면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신들이 도와주게 돼 있어. 그게 천지신명의 법이지. 

그러니 자네들도 걱정 말고 맡겨진 일 열심히 해.”

“가 나 다, 각 군별로 임무가 달라. 복합전술인 거지. 

한 가지 걱정은, 저 놈들이 지금의 국지전을 전면전으로 키우는 건데...”

“그 얘긴 뭐 하러 해? 애들 기죽이는 거야?”

“알 건 알아야지. 전면전이 되면 전 지구적으로 싸움이 나는 거야. 

그걸 막자고 우리가 서둘러서 온 거라고. 

저 놈들이 아직 전면전까징은 준비가 안 됐거든. 속전속결이지.”

“강하게 압박을 해서 빨리 끝내라고. 시간이 중요해. 알았지?”

“그런데 저희는 힘도 없고 세력도 없고...”

“우리가 있잖아! 우릴 믿고 시키는 대로 하면 돼. 아까 얘기 했잖아? 

세종이 순신이, 다 우리가 하라는 대로 해서 된 거야. 오케이?”

“오케이!”

“너희들 현재가 어렵다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외롭다고 절망하면 안 돼. 

너희의 과거가, 너희의 미래가 함께 너희의 지금을 위해 전심전력으로 싸우고 있다고. 

너희가 봉화를 올린 그 마음으로 살아. 그 믿음이면 다 잘될 거니까.” 

    

궁지에 몰리면 믿음이 생긴다. 의심한다는 것은 아직도 추락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백면은 절박했으므로 낯선 두 사람의 등장을 전적으로 믿었다. 조상신이 봉화에 응답한 것으로, 일종의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으로 받아들였다.      

역사는 우연과 기적의 환상적인 조합으로 발전한다.


그렇게 해서 ‘가’그룹 33인 회의가 열렸고, 세부적인 행동강령이 제시되었다. 아마도 ‘나’ ‘다’그룹에게도 다른 경로를 통해 지침이 전달되었을 것이고, 역시 행동이 개시되었을 것이다.      

아직 물 위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벌써 지구촌을 둘러싼 전쟁은 시작되고 있었다. (제 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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