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보니 그렇네요
버스를 타고 가며 바라보는 세상은 아직도 어둠에 가려져 세상이 가진 형체를 감추고 있기에 무엇하나 또렷하지 않습니다.
곧 해가 뜰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기다림은 지루하게 다가와 답답함을 남깁니다.
그런 어둠이 많났던 30대 초반 즈음에 나름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일감이 없어서 제대로 된 실적을 내지 못하고 1년가량의 시간을 흘려보냈었습니다.
회사는 매년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지만 그 해는 정말 어려움에 봉착해 있었습니다. 감원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와 같이 실적이 없는 사람들을 특별 관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에 제가 선정이 되었었습니다.
아내에게 걱정할까 봐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특별 관리 대상이 된 나는 갱생의 시나리오를 쓰고 그 시나리오 대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어쩌면 정리 해고 대상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부서장과의 면담에서 평소와는 다르게 거세게 항의도 했었지만 부서장은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일을 해왔고 하고 있는지 알기에 신경 쓰지 말고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나 잘 챙기라고 했었습니다.
부서장 말대로 몇 개월 간 보고서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것을 성실히 수행하고 나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상황은 종료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부서장도 회사의 정책이 너무 어이없었고 항의도 했었지만 조직의 일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 위에서 내려오는 것을 거부할 수는 없기에 그래도 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했었던 것이라는 것을...
회사는 수많은 정책을 계획하고 실행해 나가지만 그 안에서 정책의 영향을 받는 직원들 중에는 이런 상황을 거부하고 퇴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냥 시간이 지나가면 익숙해지거나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오랜 시간 회사를 다니다 보니 이제 그런 정책들이 몇 해를 거듭하며 반복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때 그 부서장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태풍에 상처가 남기는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수많은 태풍을 만나고 지나가면서 생긴 상처는 다음에 다가올 태풍에 견디어 내는 힘이 되어 준다는 것을...
시련들은 시간이 지나고 난 후 뒤돌아 보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었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동력이 되어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시련이 남긴 상처는 얼굴에 난 흉터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그 상처들이 쌓이고 쌓여 내성이 생겨 강해지고 어떤 바람도 이겨내는 대나무가 됩니다.
지금 당신에게 불어온 시련은 그냥 스쳐 지나는 바람에 불과합니다. 상처를 받으면 치유를 하며 기다리다 보면 지나갑니다. 아무것도 아닌 게 됩니다. 다음에 다가올 바람을 잘 피하고 견디어 낼 힘이 되어 줍니다.
누구나 아픈 상처를 수도 없이 많이 가지고 살아갑니다. 시련이 왔을 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영광의 상처가 아닌 아픈 상처로 남아 고혈압 환자가 고혈압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그런 상처가 되어 평생을 함께 가져가야 합니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거부하지 말며 받아들이고 방법을 찾는 것으로 상처가 생기지 않게 하고 상처가 생기더라도 어쩔 수 없지. 다 지난 일인데 어쩌겠어라는 마음으로 털털하게 웃어 넘기 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지나고 나서 잘했다고 칭찬을 해 주는 것으로 상처를 완치시키면 됩니다.
아무리 오래 회사를 다녀도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납니다. 조금씩 다른 탈을 쓰고 다가옵니다. 그러나 시간은 치유하며 견디어 낸 당신의 편입니다.
33년을 견디어 온 내공으로 34년 차를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