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프레임

희망사항

퇴직

by 노연석

세상이 어지럽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넘쳐나는 것은 늘 있는 일이지만 이 계절은 이른 아침 가을 날씨만큼 쓸쓸하고 스산하다. 나의 계절도 여름을 지나 가을을 지나고 있어 쓸쓸함이 더해진다.

마음 같아서는 겨울을 만나기 전에 따뜻한 봄의 나라로 가고 싶지만 발목에 보이지 않게 채워진 족쇄는 이 계절을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이미 싸늘해진 가을날, 가을 날씨를 더 차갑게 만들어 이미 겨울이 다가온 것 같은 일터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머무른다. 요즘 여기저기 불어대는 일터의 찬 바람은 누구에게는 기회이고 누구에게는 절망이다. 생의 가을로 접어든 이들에게는 안전가옥을 떠나야 하는 심정일 것이다. 조금 더 버틸 수 있다 할지라도 에어 포켓에 얼굴만 내민 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기다리며 체념할 뿐이다. 구원해줄 사람이 오기를 기다려 보지만 나 스스로가 구원하지 않으면 또 다른 에어포켓 안으로 들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별의 계절인가? 작년 이 맘 때도 안전가옥을 떠난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올해는 아직 겨울도 오지 않았는데 왜 이리도 추운 바람이 불어대는지 야속하지만 맞설 용기는 나지 않는다.

희망퇴직, 지긋지긋한 회사 생활을 청산하고 싶은 마음에 손을 들고 싶어 지지만 두 손은 누군가 묶어두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리 들어도 들어지지가 않는다. 그저 희망사항으로 이 계절을 보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마음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