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거짓밥이다.
먹을 수 없는데 고슬고슬 맛있게 내려
허기진 사람들을 환장하게 만드는
눈은 요사스러운 가짜밥이다.
장독대에 수북하게 쌓인 제삿밥이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대지에
배고픔에 걸신들린 사람들 앞에
결백하고 순수한 마음을 부려놓는다
순결한 백지만큼 믿고 싶은 게 어디 있던가?
믿는 이의 배신만큼 쓰린 것이 어디 있던가?
나긋나긋 내려 차갑게 내치면 쓰리게 추워진다
겨울을 틈타 선량한 중력을 거슬러 얼어붙게 하고
처마 끝에서 허기진 마음을 창칼로 위협한다
백색 계엄령 아래 숨죽이며 들끓는 굶주림을
기필코 봄을 향해 나아가는 처절한 몸부림을
하얀 거짓과 가짜 빙점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든다
선하고 깨끗한 것이 정말 그런지 믿지 못하게
손에 쥔 것이 없을 때 드러나는 본성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