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장례식에서 눈물의 흰밥을 먹는 수저들
너의 고통을 몰랐던 탕국이 스릴러처럼 식는다
너의 시그널을 방관한 모든 사람들이 범인 같고
너를 다정하게 살피지 못한 나는 울 수도 없다
너는 안갯속 어두운 새벽을 끝장내려고
홀로 그 높은 꼭대기에서 나비처럼 날았을까?
한 사람이 떨어져도 세상은 흔적 없이 반듯하다
살아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진다는 말이
너의 아픈 선택조차 사랑하는 과정이기를
질긴 목숨들은 술 한 잔에 삶의 수레를 민다.
나는 네가 잠시 달나라에 휴가를 갔다고
우리가 함께 한 기쁨만을 기억하기로 했다
이승의 고통을 잊은 붉고 아름다운 칸나
문장의 절정에서 느닷없이 떨어진 마침표
우리를 감쪽같이 속아 넘긴 네 나름의 허무라니
무익한 사랑을 매만지는 그리움의 고통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