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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알레드미 Oct 18. 2024

칸나꽃 떨어진 곳에서

너의 장례식에서 눈물의 흰밥을 먹는 수저들

너의 고통을 몰랐던 탕국이 스릴러처럼 식는다

너의 시그널을 방관한 모든 사람들이 범인 같고

너를 다정하게 살피지 못한 나는 울 수도 없다

너는 안갯속 어두운 새벽을 끝장내려고

홀로 그 높은 꼭대기에서 나비처럼 날았을까?

한 사람이 떨어져도 세상은 흔적 없이 반듯하다

살아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진다는 말이

너의 아픈 선택조차 사랑하는 과정이기를

질긴 목숨들은 술 한 잔에 삶의 수레를 민다.

나는 네가 잠시 달나라에 휴가를 갔다고

우리가 함께 한 기쁨만을 기억하기로 했다

이승의 고통을 잊은 붉고 아름다운 칸나

문장의 절정에서 느닷없이 떨어진 마침표

우리를 감쪽같이 속아 넘긴 네 나름의 허무라니

무익한 사랑을 매만지는 그리움의 고통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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