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숲을 보면 평온하다.
바람에 광분한 나무도 그저
푸른 암석처럼 묵직해 보인다
감정에 동요 없는 수행자처럼
고요하고 신비하게 느껴진다
멀리서는 일희일비하는 생활이
희뿌연 안갯속에 감춰져 있다
무심하지 않고서야 당연하다 여기는
너의 마음도 먼 숲에 숨겨져 있다
너의 숨결까지 속속들이 알게 된다면
흔들리는 너에게 기댄 나즈막한 불안은
너 일 수 없는데 너만을 신경 쓰며
나를 잃고 너조차 되지 못한다는 사실
그때의 나는 나일 수도 너 일 수도 없겠지
먼 숲의 너는 너만의 너라서
알지 못하는 너는 날 외롭게 한다
먼 숲의 거리는 섭섭함의 페스츄리
온 바닥에 슬픔의 찌꺼기를 흘린다
이해는 헝클어지고 오해는 깊어간다.
나무의 개성이 충만한 숲으로 가자
흔들리는 나무가 선명히 보이는 곳으로
너인 듯 나일 수 있는 고유한 빛으로
언제나 시선 끝에 네가 있는 곳
언제든 달려가 네 허리를 안고서
표정을 보며 안부인사할 수 있는 거리
있잖아, 손을 내밀면 잡을 수 있는 곳에
나만의 너로 충만하게 거기 있어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