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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도플갱어

by 레알레드미

하늘에서 산이 내려와 산을 가렸다

공중에서 산허리를 자른 먹구름은

마치 산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까마득한 거기선 내가 어떻게 보일까?

지구라는 맑은 호수에 플랑크톤 한 마리?

조금씩 산을 들어 올리는 당신이 보였다

중력을 버티는 굵은 힘줄이 질려있었다

안개가 쏟아지면 힘들어 눈물이 났다

당신이 눈을 깜빡이는 사이 나는 없겠지

산산이 부서진 거울 사이로 밝은 하늘색

회색비늘의 용솟음 바람결에 승천한다

당신이 보면 먼지인 내가 생각한 것들

평탄한 날만 가득하면 이내 시들해지고

파란만장한 날들은 두렵고 버거웠어

하늘산을 들어 올린 흰 팔뚝이 휘휘 저은

당신 또한 우주의 신비한 기운에 휘말려

다른 시공간에서 도플갱어로 살지도 모를

나는 하늘을 내려다보는 당신을 생각했다

잘 살게, 잘 살아 줘, 행복할 게, 행복해 줘.

하늘 연못의 돌팔매, 파장, 당신의 메아리

하늘에서 내려온 산이 희미해지고

산허리를 자른 먹구름도 사라지고

거울에 비췬 당신의 힘줄 흩어지고

이제 오롯이 지상을 나 홀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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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화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