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손발이 차서 나는 겨울이 좋았다 이따금 너는 아, 손 시려워, 라고 말했고 나는 어쩌지? 그러니까 장갑을 좀 끼고 다니지, 뻔한 말을 하며 손을 내밀었다 손을 잡고 나는 너 손이 차갑다, 라고 말 했는데 손이 시리다는 사람의 손을 잡은 것이니 당연한 것일텐데도 우리는 그 당연한 말들을 실컷 늘어놓으며 추위를 빙자해 사랑을 했다 다른 추운 날에 우리가 또 만나면 나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너는 손이 차갑구나, 라고 말했고 너는 내일도 차가울 거니까 손 잡아줘, 라고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네가 오늘과 내일 손이 시리다고 한다면 내 손은 오늘과 내일은 물론이고 글피까지도 따뜻할 거니까 언제든 말만해, 와 같은 말들을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늘어놓았다 말하지 않아도 좋은 시간이었지만 굳이 말을 할 때면 너는 그런데 손발이 차가운 사람은 마음이 따뜻하대 손이 따뜻한 사람은 마음은 정작 차가운거야? 라고 말했고 나는 그건 아닌데, 라고 말하면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니까 수 해 동안 겨울이 오면 너는 기다린 듯 손발이 찼고, 나는 준비한 듯 손발이 따뜻했다 그때는 이런 것도 천생연분이다라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필요한건 핑계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