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발적아싸 Jun 05. 2023

무례해도 받아칠 수가 없네

나이 먹고 짬차면 그냥 대접받는 줄 알았지 

(22년 12월 작성) 

나에게 예의는 아주 중요한 원칙이다. 내 원칙은 나이와 직급에 맡게 상대를 대해야 한다는 거다. 군대에서 후임이 들어오면 위아래가 자연스레 생기듯 회사에서도 자연스러운 위아래가 있으니까 특별히 신경 쓸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회사생활을 해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 거 같다. 팀이 다르다지만 부장 앞에서 욕 섞어가며 얘기하는 과장도 있고, 새로 입사한 경력직 과장한테 억지를 부리며 화내는 입사 8년 차 대리도 있다. 이 지역이 그런 건지 이 회사가 그런 건지 파워게임이랄까? 사람들과 얼마나 친한지 혹은 상대가 얼마나 영향력 있는지를 예민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우를 한다. 나이와 직급보다는 가지고 있는 힘에 맡게 대우를 한다. 


참고로 나는 왕따. 힘이 없는 편이다. 일적인 부분이라도 잘했으면 인정받았을 텐데, 지금 하는 일은 못하지는 않지만, 내가 봐도 잘하는 건 아닌 거 같다. 업무적으로도 파워는 없는 거 같다. 나는 그냥 파워 없는 직원이다. 그래서일까?


새 경력 입사자들 중 어떤 사람은 대놓고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퍼트린 소문을 믿거나, 다른 팀원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나를 어떻게 대할지 결정한 사람들. 생각해 보면 내가 이 사람들에게 무례하게 행동한 적은 없는데, 이 사람들이 나에게 무례할 때 기분은 엄청 상하는데, 사소한 무례라서 기분은 나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예를 들면 경력 사원이 대리인 내가 먼저 쓰고 있던 공용기기의 사용시간을 물어보고는, 언제 쓰셔야 되냐는 내 말에 대답을 안 하고 가버린다던지, 내가 정리를 위해 잠시 올려놓은 도구들을 빨리 치워달라고 얘기하는 식이다. 뭐 대답 안 하는 거야 화날 수 있지만 못 들었나?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말을 할 때에 상대의 뉘앙스와 태도를 보면 이 사람은 지금 나한테 시비를 걸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다. 


그때 알았다. 나는 무례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구나, 무례한 사람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내가 힘이 없을 때 어떻게 이런 사람과 같이 일해야 하나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직장 선배고 상급자인데 대놓고 무시해? 화는 나지만 특별히 뭐라고 할 만한 잘못도 없고, 고작 이런 일에 화내고 싶지는 않은데. 내 속에서는 열불이 터진다. 내가 화를 내면 왜 화를 냈는지는 소문이 안 나고 내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소문이 날 테니까. 


가끔 나와 트러블 없이도 대놓고 나를 싫어하는 친구들을 보면 저게 MZ세대들의 특징인지, 내가 힘이 없어서 먹힌 건지, 아니면 상대가 이상한 건지 알 수가 없더라. 나의 문제인지 그들의 문제인지 참 헷갈린다.


지금까지는 이런 경우 화를 삭이고, 그냥 내가 자리를 피해왔다. 그들이 뭉쳐있다고 생각하니 후배들에게 함부로 뭐라고 할 수도 없더라. 억울한 건 후배를 혼낸 적도 없이, 후배들을 괴롭히는 선배로 소문이 난 거다. 그런 이미지를 나를 싫어하는 직원이 만들어 주었다. 소문을 잘 만드는 사람과 척을 진다는 건 참 짜증 나는 일이다. 상대를 안 하는대도 지속적으로 나에 대한 소문을 내는 사람. 못되고 못났다 싶은데 이게 또 나 같은 아웃사이더한테는 먹히는 부분도 있더라.  


계속해서 피하는 것만은 답이 아닐 거 같은데, 무례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법을 좀 연구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상황에 늘 화는 나겠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으니까. 나도 사회생활을 유지하려면 여기서 이겨내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나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는 안 한다. 그런 이타적인 사람은 아니다. 다만 내 이익 혹은 감정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 주거나, 악의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다. 소문을 믿거나 소문을 내지도 않는다. 누구를 특별히 칭찬하지도 않지만 타인의 허물을 크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다니는 거다. 회사를 일하러 간다고 생각하고.


회사는 정치판이고, 친목의 장이다. 그리고 친목은 다시 업무적인 힘으로 돌아온다. 이게 회사인 거 같다. 그런데 그냥 나의 바람이 있다면 상대가 본인에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소문만 믿고 혹은 친한 사람이 안 좋아해서 그 사람을 미워하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한다. 안될 것 같은 나의 바람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들을 보고 나의 근원을 마주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