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긱워커들 중 상당수가 겁이 많았다. 무언가를 혼자서 척척 해내는 줄만 알았던 그들도 알고 보니 소심했고 늘 걱정을 달고 살아가고 있었다. 특히 긱 이코노미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유형의 긱워커들 모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퇴사한 뒤 퍼스널컬러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이유진씨는 반복되는 야근으로 자기 자신이 고갈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담담히 말문을 열었다. “저는 야근을 자주 하는 회사에서 일했어요.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일은 계속 밀리게 되어 야근을 반복하는 사이클이 반복되었죠. 너무 나만의 시간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더불어 퇴사동기 묻는 질문에 그녀는 “반복된 야근에 지친 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에요. 가장 큰 동기는 역시 회사가 저의 노후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거예요.”라고 답했다. 20대인 이유진씨는 40년 너머 먼 미래에 대한 고민을 끝으로 긱워커가 되었다. 겁쟁이이기에 그들은 긱워커가 되었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국내에 급속히 퍼지자 긱워커들은 불안해 떨어야만 했다. 발병 초기, 많은 사람들은 바이러스 전파가 쉬운 겨울이 지나 여름이 오면 코로나19가 기존 사스나 메르스처럼 금방 종식될 줄 알았다. 반면 상황변화에 예민한 긱워커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먼저 떠올렸던 것 같다. 유튜브를 강의하는 유튜브랩 대표 강민형씨는 코로나19로 인해 강의가 대부분 연기되고 취소되자 위기를 직감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되던 2월부터 4월은 강의가 대부분 연기 또는 취소가 되었습니다. 강의 취소와 연기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매우 불안했습니다. 원래 강사라는 직업은 불안정한 직업이기도 하지만 유독 심적으로 쉽지 않은 상반기를 보냈습니다.” 그녀는 누구보다 빠르게 온라인 강의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강의취소와 결정번복이 잦아지자 빠르게 온라인 강의에 정착했습니다. 줌을 비롯하여 구르미, 웹엑스, 팀즈, 텐센트 미팅 등 거의 대부분의 라이브 플랫폼을 사용하는데 익숙해졌습니다.”
겁쟁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겁쟁이는 작은 일에도 쉽게 겁을 내고 소심한 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단어다. 때문에 우리는 겁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겁이 나도 겁나지 않은 척 용감한 척 허세라도 부려야 한다. 그러나 급격한 변화 앞에서 겁쟁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긱워커들은 무서워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겁이 난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나아가 긱워커들은 자신의 의지가 언제든 나약해 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객관적 자아인식을 통해 긱워커들은 생존하기 위해 행동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만든다. 약해질 수 있는 의지에 의존하지 않는다.겁쟁이인 그들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환경조성을 통해 앞으로 나아간다. 자주 겁쟁이가 된다는 것은 자주 새로운 변화를 직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겁쟁이인 긱워커들에게 자만과 오만함은 끼어들 틈이 없다.
긱워커는 행동하는 겁쟁이다. 겁쟁이를 두 가지 분류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행동하지 않는 겁쟁이고 다른 하나는 행동하는 겁쟁이다. 행동하지 않는 겁쟁이는 어떤 일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뒤에서 남들의 성공을 부러워하고 시기질투를 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의 실패를 보며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긱워커는 대부분의 경우 행동하는 쪽을 선택했다. 온라인 해외구매대행업을 운영하고 있는 조민수씨 역시 “지금 내가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닐까” 수없이 고민했다. 그럼에도 천 개 정도 상품을 업로드하면 고객들이 반응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유럽 등지에서 우리나라 고객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가구를 구매대행하여 현재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적어도 내가 만난 긱워커들 중 행동하지 않은 겁쟁이는 없었다.
긱워커들은 매순간 겁나는 현실과 변화 속에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오로지 자기 자신밖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늘 걱정과 고뇌 속에서 행동해야 한다. 한 번의 그릇된 선택이 곧바로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긱워커들의 경제적 상황은 유동적이기에 늘 이들은 늘 경제적 고민을 해야 한다. 그들에게는 회사라는 안전망이 존재하지 않기에 항상 닥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변화의 속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배워야 하며 인적 네트워크 관리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늘 걱정과 고민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생존하기 위해 또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그들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오늘도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