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게 그리고 게으르게!
열심히만 하면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까? 내 부모님께서는 항상 돈을 좇지 말고, 묵묵히 열심히 공부하면 돈은 따라온다고 말씀하셨다. 고등학생 시절, 나는 열심히 공부하면 우수한 성적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틀린 수학 1문제씩을 쉬는 시간마다 풀어댔고, 부모님을 졸라 방학 때는 기숙학원에 들어가 공부하기도 했다. 후회 없이 열심히 공부는 했던 것 같았는데 입시결과는 삼수였다. 원하는 성적을 얻지 못해 삼수까지 수능을 치룬 뒤에야 나는 깨달았다. 공부는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닌 것을. 일도 마찬가지다. 야근하고 업무를 제 시간에 끝내기 위해 노력하면 돌아오는 것은 상사의 더 높은 기대뿐이다. 2018년 고용포털 ‘사람인’의 설문에 따르면 열심히 일하면 일이 더욱 많아지고 보상이 적다는 대답을 한 직장인이 914명 중 약 65% 정도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회사 밖 상황도 마찬가지다. 긱워커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은 가장 멍청한 것임을 이미 경험상 알고 있다.
긱워커로서 성공하려면 게을러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개미가 아닌 게으른 배짱이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근면성실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떻게 게으르게 일을 할 수 있을까? 게으르게 일한다는 것은 업무시간을 최소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일의 효율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단순반복 작업을 줄이기 위해 생산성 앱을 적극 활용하고, 필요하다면 파이썬과 같은 코딩을 배워 업무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 일례로 디자인하는데 시간이 많이 든다면 디자인을 쉽게 완성할 수 있도록 템플릿을 제공하는 ‘미리캔버스(miricanvas)’, ‘캔바(Canva)’ 등의 사이트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필요하다면 협업 또는 외주를 통해 업무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
긱워커는 캐시플로우(Cash Flow), 즉 돈의 흐름을 꼼꼼하게 관리해야 한다. 정기적인 월급을 기대하기 힘든 긱워커들은 불안정한 수입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해도 돈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성실하게 일하는 회사원이라면 해고당할 걱정 없이 매달 나오는 월급이 있기에 돈의 흐름이 안정적이며 단순하다. 반면 긱워커들은 대부분 매달 편차가 큰 수입구조를 가지고 있고, 수입이 발생하는 곳도 다양하기에 현금흐름이 복잡하다. 따라서 인터뷰했던 긱워커분들은 안정적인 캐시플로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은 긱워커들에게 필수불가결한 조건인 것이다. 이를 위해 긱워커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인든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에서 언급한 5가지 사업을 중심으로 자신의 캐시플로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 5가지 사업이란 임대사업, 컴퓨터/소프트웨어 사업, 콘텐츠 사업, 유통 사업 그리고 인적자원 사업을 일컫는다.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위해 긱워커들은 5가지 사업 중 하나 또는 여러 개를 혼합한 시스템을 활용해 수익창출을 하고 있었다.
해외구매대행 공대생 대표 이종혁 씨의 캐시플로우 시스템은 정교하고 체계적이었다. 그는 해외구매대행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제는 동남아 유통 플랫폼 ‘쇼피’에 진출해 이제는 우리나라 물건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즉 유통시스템을 더욱 확장시킨 것이다. 또한 이러한 유통 노하우를 바탕으로 컨설팅 법인을 세워 매주 주말마다 약 10~20명 정도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한다. 이 때 혼자서 다수의 수강생을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업무부담을 효과적으로 하고 있다. 인적자원 시스템 구축인 것이다. 또한 공유오피스를 마련해 임대수익을 얻고 있으며, 개발자와 협력해 해외구매대행과 수출에 필요한 작업을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이에 대한 사용료 또한 받고 있다. 또 주말마다 하는 강의를 정리해 전자책을 출간해 콘텐츠 수익 또한 얻고 있었다.
긱워커들은 빠르고 작게 많이 실패해야 한다. 플랫폼을 활용해 부담 없이 의도적으로 많은 실패를 해보는 것이다. 실패는 곧 경험치를 의미하고 많이 실패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경험치가 축척된다. 이를 통해 긱워커들은 신속하게 성공할 수 있는 아이템과 그렇지 않은 아이템을 선별할 수 있다. 이제 그들은 단시간 많은 고객들이 반응을 보이고 구매로 이어진 아이템에 집중한다. 긱워커들은 경험적으로 팔리는 아이템만 팔린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양한 시도로 인해 분산된 노력과 집중을 작은 성공을 일궈낸 제품 또는 서비스에 올인한다.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성공할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는 의미 없다. 성공하려면 더 게을러져야 하며, 돈과 친해져야 하며 그냥 실패가 아닌 신속하고 작은 실패를 많이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