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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제 Apr 10. 2021

'엄친아' 포비아(phobia)

뒤쳐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한국어에 높임법이 존재하는 탓일까? 우리나라는 나이에 유독 민감하다. 한글은 늦어도 7살까지는 떼야 하고, 대학은 20살에 입학해야 한다. 30살이 넘어가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들어온다. 몇 살 때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암묵적인 나이 기준이 존재하는 것이다. ‘엄친아’들은 이런 나이 기준을 통한 사회비교에서 탄생한다. ‘서원이는 공무원에 합격했다더라.’ ‘예빈이는 대기업에 다닌다더라.’ 부모님 주변에는 엄친아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SNS는 어떨까? 모두가 나보다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긱워커 역시 남보다 뒤쳐질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나라는 나이에 유독 민감하다. 30살이 넘어가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들어온다. (출처: unsplash)


그러나 정체될 수 있는 불안은 긱워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긱워커는 자신의 삶을 초소형 스타트업처럼 경영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일반적으로 ‘J-커브’형태의 성장을 보이는데, 창업 후 데스밸리, 즉 죽음의 계곡이라 부르는 특정 시간동안 정체기를 지나게 된다. 취업의 경우, 즉시 월급과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 등을 향유할 수 있지만, 긱워커는 데스밸리라는 정체기를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 때 많은 긱워커들 성공에 대한 불확실함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과 결핍을 느낀다. 몇몇 긱워커들은 이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로 돌아가기도 한다. 콘텐츠 에디터 김희성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퇴사 후 8개월간의 긱워커의 삶 끝에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그녀는 긱워커의 삶을 ‘우아해 보이는 백조의 수면 아래 헤엄치는 다리’라고 회상했다. 그녀는 구체적인 미래계획과 명확한 자신만의 무기가 있어야만 데스밸리를 견딜 수 있다고 말한다.    



긱워커는 트렌드 변화에 뒤쳐질 것에 대한 두려움도 가지고 있다. 긱워커들은 고객의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고객의 취향변화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그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변화의 속도가 매섭다. 특히 긱워커들은 언택트 업무방식에 적응하지 못하면 경제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진 사회적 변화에 대처해야만 했다. 프리랜서 강사들은 대면 강의가 1년 내내 불가능해져 온라인 강의에 익숙해져야 했다. 연말이면 반복되는 트렌드서적의 열풍은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긱워커들의 두려움과 절실함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긱워커들은 어떻게 정체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있을까? 첫째, 긱워커들은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실패하고 작은 성공에 주목한다. 대부분의 경우 두려움은 그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실에 기인한다. 두려움의 정체를 정확히 알 수만 있다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데스밸리 시기를 겪고 있는 긱워커들의 불안의 큰 원인은 바로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성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긱워커들은 업무를 수많은 단계로 잘게 나눠 각 단계별로 자신만의 가설을 실험하고 확인한다. 반복된 실패 속에서 긱워커는 작은 성공의 가능성을 포착하고 이에 집중한다. 경제 유튜버 신사임당은 처음 유튜브 채널을 시작할 때 여러 가지 주제의 콘텐츠를 실험했다고 한다. 그는 여러 가지 주제 중 경제와 재테크 관련 콘텐츠의 조회수가 높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에 집중했다. 그는 현재 12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가 되었다.


긱워커들은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실패하고 작은 성공에 주목한다. (출처: unsplash)


긱워커는 여러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벌이는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혹자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일에 매진하는 긱워커에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칠 거라며 조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리 일을 함께 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긱 이코노미의 성공전략이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필연적으로 데스밸리를 경험하게 될 거라면 그 시기를 중복시킬 수 있다면 성공으로 향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한 동시다발적으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분야로부터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마치 스티브 잡스가 우연히 들었던 타이포그래피 수업이 훗날에 매킨토시의 아름다운 서체로 탄생한 것처럼 말이다. 팀 페리스는 그의 저서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성공을 위해 최소한 세 가지 분야에서 일반인들 중 상위 25%의 능력을 갖출 것을 주문한다. 어떤 일을 시작하는 순간 상위 50%가 되고,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능력을 쌓아갈 수 있다면 성공은 멀리 있지 않다. 이 책의 영향 때문일까? 긱워커들 대부분은 N잡러로 활동하고 있다.


긱워커는 여러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벌이는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출처: unsplash)


긱워커들은 휴식시간을 의무적으로 부여해 또래보다 뒤쳐질 수 있다는 두려운 마음을 관리하기도 한다. 그들은 일 사이사이에 휴식시간을 두고 자신의 현 위치를 파악한다. 자기 자신을 성찰하기 위해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또 휴식시간을 통해 다른 긱워커들과 교류하기도 하고, 운동을 하기도 한다. 책을 읽고 유튜브 영상이나 영화를 보기도 한다. 휴식을 통해 일로부터 잠깐 떨어져 있는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긱워커들은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는다. 긱워커들에게는 휴식시간은 일의 연장선이다. 


긱워커들은 일 사이사이에 휴식시간을 두고 자신의 현 위치를 파악한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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