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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제 Apr 10. 2021

나만의 조직을 창조하라

긱워커의 긱 네트워크 관리법

“일단 회사에 들어가 조직생활을 경험해보는 것이 어때?”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 어른들과 함께 식사를 하다보면 조직생활을 권유받는 일이 많다. 회사생활 경험이 길지 않은 나는 어쩌면 기성세대의 시선에서 조직 부적응자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취업하기도 힘든 요즘, 퇴사를 감행해 자발적으로 조직을 탈출하는 조직 부적응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취업포털 인쿠르트와 알바콜의 설문에 따르면 1년 이내에 회사한 회사원의 비율이 30.6%에 달했다. 퇴사의 주요 동기는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15.8%로 1위를 차지했다. 이들 중 일부는 긱워커의 삶을 선택한다. 


승차공유 플랫폼 우버(Uber)는 이런 조직 부적응자의 불만을 잘 이해했다. 우버가 게시한 옥외광고판 ‘교대근무X, 상사X, 제약X’이라는 문구는 대인 스트레스를 느낀 사람들에게 매력적이었다. 특히 직장상사나 동료와의 관계에서 염증을 느낀 이들에게 단비와도 같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관계는 여전히 긱워커에게 중요하다.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특히 긱워커의 성공은 어떤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하느냐에 따라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은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고, 서로가 서로를 돕는 과정 속에서 여러 기회들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교대근무X, 상사X, 제약X’ 승차공유 플랫폼 우버(Uber)는 조직 부적응자의 불만을 잘 이해했다. (출처: unsplash)


긱워커가 된다는 것은 자신만의 조직을 창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의 일원으로서 이미 형성되어 있는 조직에 들어가 그 문화와 규칙을 따라야 했다면, 이제는 긱워커 스스로가 자신만의 새로운 문화와 규칙을 만들어 정착시켜야 한다. 온전히 ‘나’에 맞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유튜브랩 강민형 대표는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을 느끼는 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책을 읽고 강연을 들을 때 행복감을 느낍니다.” 하슈랜드 하수형 대표 역시 자기 자신이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반마다 한 명씩 그림 잘 그리는 애가 있잖아요. 제가 그런 애 중 한 명이었어요.” 이들은 ‘나’에 대한 이해를 통해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일하는 문화와 규칙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나’다운 조직을 정비했다면 그때 비로소 타인들과의 관계를 맺어야 한다. 긱워커의 인간관계에 있어 진정성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직적 직급체계가 있는 회사조직 내에서는 진정성은 필수적인 요소는 아닐 것이다. 물론 직장상사와 동료를 진심을 다해 대하면 좋겠지만, 사실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긱 네트워크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진정성을 요구한다. 더 높은 수준의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철학자 칸트의 명언을 인용해보자면 ‘인간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목적으로 대우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의 다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긱워커들에게는 특히나 중요하다. 강 대표 역시 무의식적으로 칸트의 말을 실천하고 있었다. "(어떤 목표를 위해) 네트워킹을 해야지.하는 마음을 가지고 모임을 진행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자기 자신만의 조직을 창조한 후 필요한 것은 ‘인간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목적으로 대우하는 것’이다. (출처: unsplash)


진정성 있는 관계는 신뢰를 형성하고 그 신뢰가 쌓이면 브랜드가 된다. 이전 장에서 언급했지만 모든 긱워커들의 최종목표는 자기 자신이 플랫폼이 되는 ‘세포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진심으로 타인들과 교류해야만 팬을 확보할 수 있다. ‘나’라는 브랜드를 지지해주고 주변에 추천까지 해주는 팬들은 긱워커의 성공을 돕는 훌륭한 자양분이다. 


긱워커들은 어떻게 진정성이라는 가치를 타인과 공유할까? 첫째, 긱워커들은 인간관계를 끈끈한 유대관계와 느슨한 유대관계로 구분한다. 끈끈한 유대관계란 배우자, 가족, 친구 등과 같이 이해관계와는 거리가 먼 이들과의 관계를 의미한다. 반면 느슨한 유대관계는 가족이나 친구 이외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의미한다. 일을 하는 도중에 만났거나 기타 모임 등을 통해 만난 ‘스친 인연’들이 이에 해당한다. 끈끈한 유대관계에서는 자연스러운 교류가 비교적 쉽지만 느슨한 유대관계 속에서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긱워커는 위와 같이 인간관계를 두 가지로 분류해 각 관계의 특성에 맞는 진정성 전략을 구사한다. 


아이 둘의 아버지이자 N잡러로 활동하고 있는 모험디제이 이동주 대표는 바쁜 업무 와중에도 아이들과 함께 미니카 장난감을 만들고 권투놀이를 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가족 간의 일과 약속은 그에게 늘 우선순위다. 동시에 강사 등 N잡러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그는 ‘한 사람을 소중히’라는 모토를 매순간 실천한다. 그는 나이와 상관없이 항상 존댓말을 사용하고 단순히 문자로 소통하기보다 한 분 한 분 유선전화로 소통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진정성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려는 그의 노력이 엿보인다.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 및 유지를 위해 긱워커들은 독서모임 등을 가입하거나 본인이 직접 모임을 조직하기도 한다. 혜자포터 이지훈씨는 온라인마케터들의 모임을 가입해 온라인마케팅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기도 했다. 최근 그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SNS초보 탈출 프로젝트’를 개설하여 블로그 상위노출과 글쓰기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다. 많은 블로그 초보자들은 오픈채팅방을 통해 블로그에 대한 궁금한 점들을 질문하고 이지훈씨는 답변을 해주는 등 활발한 소통이 일어나고 있다. 혜자포터의 ‘혜자스러운’ 무료강의와 진심어린 답변은 약 1,500여 명의 채팅방 회원을 불러 모았다.   


진정성 있는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거절에 익숙해져야 한다. (출처: unsplash)


진정성 있는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거절에 익숙해져야 한다. 긱워커는 많은 도전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 도전 속에서 당하는 거절에 잘 대처해야 한다. 유튜브랩의 강 대표는 “상상력을 동반한 이해심”을 통해 거절을 극복하고자 한다. 결재 전 강의안을 극찬하던 담당자가 막상 결재를 하기 직전 대폭 수정을 요구하는 경우 그녀는 담당자의 입장을 상상해보는 방식으로 대처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바로 이야기하기보다는 '담당자가 업무에 시달리다 잠을 못 잔 게 아닐까' 혹은 '화장실을 못 간 지 일주일이 넘은 게 아닐까'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때때로 긱워커 스스로 들어온 제안을 거절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을 하다보면 수많은 협업제안이 들어오고, 도를 넘는 요청이 들어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입장을 공감하는 한편, 원치 않은 요청을 모호함 없이 단호히 거절하는 것 또한 진정성 있는 관계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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