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늘 괜찮냐는 질문에 미안하다 하신다’
아버지는 밤에 일하신다
어스름한 저녁달이 뜰 때쯤
다른 이들은 한시바삐 집으로 걸음을 재촉할 때
아버지는 혼자 아침인지 저녁인지 모를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뜨시고
밖으로 나가신다.
밖은 이렇게 어두운데
아버지의 일터는 불빛으로 반짝인다.
한때 운영하던 회사가 호황을 맞아 젊은 사업가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회사가 무너지자 내세울 학력도 이렇다 할 경력도 없이 나이만 먹어
어디에도 취업하기 힘들어졌다.
100세 시대라고 하니 아직 한창인 데다
결혼도 안 한 자식이 둘이나 되니
아버지는 맘 편히 은퇴하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때는 멋진 외제차를 신형으로 가지고 다니며
어디에서나 사장님 소리를 들으시던 그분은
어느새 주름진 눈가로 자신의 자식보다 어린 손님들에게
고개 숙여 웃으며 차키를 가져다 드린다.
자신보다 어린 손님들을 모시는 게 퍽 자존심 상할 법도 한데
‘괜찮냐-‘고 묻는 딸 앞에서 그는 항상 ‘다 괜찮다’며
주머니에 구겨져있던 지폐를 손에 쥐어준다.
날씨가 추워질 때면 하루 종일 밖에서 고될 법도 한데
뜨끈한 방에서 이불을 목 끝까지 덮고 있는 딸에게
늘 ‘미안하다’는 카톡을 보낸다.
아버지는 늘 그렇게 말하신다.
밖에서 조금만 험한 소리를 들어도 속상하고
종이에 손가락만 스쳐도 따가운데.
아버지는 모진 환경 속에서 날카로운 말들을 들어도 늘 괜찮다고 하신다.
방금 전 감기에 걸려 잔뜩 쉰 목소리로 일을 나가시는 아버지의 등 뒤에서
이 글을 쓰며 이렇게 눈물이 나는 것은
‘괜찮아?’라고 묻는 나의 말에 ‘그럼 괜찮지’라는 대답이
정말 괜찮지 않기 때문이겠지.
오늘도 창밖의 네온은 이렇게 반짝이는데 아버지의 아침은 캄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