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하 Jan 30. 2023

1월의 마지막 날에

글을 꾸준히 쓰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억지로 써야만 하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가령 1월의 마지막 날이니 한 달을 마무리하는 글을 써봐야겠다는 목표를 세워보는 것이다.


약 3년 전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한 적이 있다. 그때는 목적이 명확했다. 블로그에 유입되는 조회 수를 대폭 늘려 '애드포스트'라는 수익창출 시스템의 허가를 받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블로그에 유입되는 방문자의 수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꾸준히 유지되어야 했다. 나는 조회 수를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을 일단 매일 꾸준하게 생산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주식에 관한 글을 거의 매일 찍어내다시피 했고, 나중에는 일 평균 2천여 명이 사람들이 나의 블로그에 방문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의 허가를 받았고 한 달에 일정 금액의 수익을 창출해보기도 했다.


시간이 한정된 삶 속에서 무언가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특정 행동에 대해 끊임없이 스스로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 강제성이나 의무감은 작지만 구체적인 목표들을 세울 때 쉽게 발현된다. 가령 헬스장에 꾸준히 방문하기 위해서는 몇 개월 내에 체중을 얼마 정도 감량하겠다는 가혹한 목표를 세우거나 집 앞에서 비싼 돈을 주고 PT를 등록해야 한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군대에 있을 때는 늘 시간이 넘쳤다. 매일 짧게나마 일기를 쓸 수 있었고 그건 지금도 좋은 글쓰기 습관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은 책임감을 갖고 수행해야 할 과업들이 글쓰기 외에도 수북하게 쌓여있다. 그래서 억지로 책상 앞에 앉을 핑계가 필요하고, 오늘 끄집어낸 글의 주제가 1월 말이다.


문자 그대로 어느덧 1월이 지나간다. 긴 명절 연휴가 있었고 드디어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되었다는 변화도 있었지만 나에게 1월은 때가 되면 식사를 하는 것과 같은 규칙적인 하루들의 집합이었다. 특별히 역동적이지는 않았어도 돌이켜보면 하루도 의미가 없는 날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 소중한 시간이었고 늘 하나 정도씩은 소소한 행복들이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한 마디 문장으로 형용하기는 어렵겠지만 분명 저마다의 의미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예전보다 더 크게 실감하는 것 같다. 그럴 때면 잠들기 전 무심결에 눌러 끄는 조명처럼 시간도 잠시 꺼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2월의 문턱에는 입춘이 기다리고 서있다. 포근해질 날씨만큼 더 열정적으로, 규칙적으로 살아봐도 괜찮을 것 같다. 타인과의 관계나 업무적인 면에서는 스스로 실망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아야겠다. 실망은 결국 기대감에서 비롯되는 감정이지만 그 또한 성취나 사랑을 바라고 하는 나의 선택이니까. 조금 더 기대하면서 살아봐도 좋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 마스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