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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myoo Jun 16. 2023

3. 막연히 아이를 놀게 하라는 말이 아니랍니다


대부분의 아동학자는 놀이를 강조하지만, 그냥 아이를 막연히 놀게 하라는 경우는 없습니다. 아동학자들이 말하는 놀이를 이 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실험이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아이에게 사물의 이름을 그냥 여러 번 되풀이해서 알려주는 것과 놀이 상황을 만들어 단어를 말해줄 때, 각각 단어를 기억하는 데 걸 리는 시간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무려 10배의 차이가 나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단순히 단어 를 되풀이해서 말해준 상황에서는 10~11일 만에 새 낱말을 습득했 지만, 놀이 상황에서는 단 하루 만에 새로운 낱말을 습득한 것입니다. 즉 놀이 상황에서 단어를 더 빨리 습득하는 데, 무려 10배나 빨랐 다고 합니다.


한 유치원 아이들에게 비슷한 실험을 했습니다. A반 아이들에게는 기억해야 할 단어 목록을 읽어주고 암기하게 했습니다. 특별한 설정이 없는 단순학습 상황이지요. B반에게는 식료품 가게놀이를 하며 단어 목록을 읽어줬습니다. 아이들은 식료품 가게로 가서 자신이 기억한 낱말을 점원에게 말하는 거죠. 일종의 놀이 상황을 설정한 것입니다.


앞 실험이 단어를 습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비교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기억하는 단어의 양을 비교하는 실험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아이들은 놀이 상황에서 평균 2배 이상 많은 단어를 기억해냈습니다. 데이비드 F. 비요 크런드는 아이들이 세상과 교류하는 통로가 놀이 라고 했고,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공부를 놀이로 만들어야 성공한 인생을 살게 된다고 했습니다.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한 학자는 이 외 에도 너무나 많습니다.


막연히 아이들을 방치하며 놀리라는 아동학자는 없습니다. 놀이를 통한 학습은 6세부터 10세, 즉 아동기의 학습과 관련이 깊습니다. 놀이적 설정을 통해 학습 효과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지요. 이렇게 놀이적 설정을 통해 학습 효과를 높이려면 놀이의 특징을 이해하고 있어야겠죠?


놀이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자발성, 즉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 환동이라는 점입니다. 똑같은 행위가 강요받았을 때는 일로, 스스로 선택했을 때는 놀이로 바뀝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구구단 외우기도 스스로 선택했다고 느끼면 놀이가 되고, 남이 시켜서 억지로 하게 되면 지겨운 학습이 됩니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느낄 수 있도록 꾀를 내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공부를 시킬 때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표현을 쓰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습니다. "무슨 책을 읽을 거야?” 혹은 "너가 선택해도 돼.”라고 말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주세요. 명령형 어투의 언어 사용만 주의해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엄마의 말'과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것은 6세부터 10세까지 처음 공부 습관을 들일 때 통하는 얘기이긴 합니다. 이미 공부가 지겹고 싫은 것이 되어 버렸다면 상황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놀이의 두 번째 특징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놀이학습을 하면서 무언가 배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들키게 되면 그 효과가 사라져 버립니다. 게임을 통해 학습하게 하려면 게임 그 자체에 목적을 둬야 하는데, 뭔가를 배웠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 진짜 놀이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놀이는 즐거워야 합니다. 좀 왜곡되고 과장된 설정을 통 해 아이가 진심으로 즐겨야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배운 것 없이 그냥 놀기만 했을 때와 웃고 즐기고 있지만 배우고 있을 때를 본능적으로 구분합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그냥 놀기만 할 때가 아니라, 어려운 것을 알아간다는 보람을 느끼면서 동시에 즐거운 마음이 들 때입니다.


그래서 공부하고 있지만 재밌고 즐겁다고 느끼는 기억을 많이 만들어줘야 하죠. 그래야 배우고 싶은 욕구도 생기고, 학습 효과도 높아집니다. 이것을 공부와 놀이의 변증법이라고 하는데, 이후에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즐길 수 있는 어머니의 마음 상태가 가장 중요한데, 사실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죠. 정서적으로 즐거운 자극을 준다면 조금 산만해져도 괜찮습니다. 10세 전후까지는 편안하고 즐 거운 마음으로 공부하며 관심사를 확대해주고, 최대한 많은 것을 기 억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니까요.


이 외에도 몇 가지 놀이의 특징이 있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해 보입니다. 그래서 놀이의 다른 특징을 구구절 절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생략하려 합니다. 아이에게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가능한 즐거운 마음 상태를 유지해주는 것만 기억했으면 합니다. 즐거워야 잘 기억 되고 재밌어야 자꾸 하게 되니까요.


아이는 즐거워야 하지만, 놀이학습을 하면서 아이가 무엇을 얻었으면 하는지 학부모들은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연희에게 똥다발로 묶음 수 학습을 할 때, 저는 묶음 수 학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어요. 제가 그 내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연희가 어디까지 이해했는지 지켜보며 함께 놀아줄 수 있었답니다. 아이가 놀이를 통해 무엇을 얻고 있는지 혹은 얻는 것 없이 놀기만 하는지 어머니는 판단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러다, 10세 전후, 그러니까 초등학교 3~4학년부터는 조금씩 학습 습관을 잡아줘도 괜찮습니다. 이때부터는 놀이학습 시간과 공부학습 시간을 구분해주고, 조금씩 진지하게 하는 학습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https://youtu.be/6PKNUYCgI8E


윤 경 미

(현) 성북동 좋은선생님 원장 

(현) 좋은 연구실 대표

(전) 대치동 KYLA Smart Education 원장

(전) 성북동 성당 주일학교 교사


저서 및 저작 활동  

<뮤지컬 앤 더 시티> 저자

<일기는 사소한 숙제가 아니다> 저자

<초등 1, 2학년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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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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