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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myoo Jun 20. 2023

5. 저도 기다려주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아이를 위해 화내지 않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겁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말은 쉽지만 실생활에서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저도 너무 이해합니다. 저도 기다려주며 인내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글도 쓰지만, 고백하면 아이들을 가르치다 화가 나기도 하고 기다려주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아이가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하면 저도 목이 뻣뻣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온 마음을 다해서 가르치고 있는데 도통 늘지 않는 아이가 원망스럽기도 하지요.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속상한 마음이 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그런에 오랫동안 많은 아이를 가르치며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아이들 여럿을 동시에 가르치다 보면, 어떤 날은 녀석들이 하나같이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이 둘 때가 있습니다. 한 학생이 도통 말을 듣지 않아 목이 뻣뻣해지는 것을 겨우 참아냈는데, 다음 수업 때 다른 녀석이 또 저를 힘들게 하지요.


'오늘 아이들이 왜 이러나?

이런 생각도 들지만 그럴 때 제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저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제 마음과 감정이 문제였던 것이죠.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아량이 없었 던 것이고, 또 아이를 응원할 수 있는 에너지가 없었던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면 제 어머니의 일화를 떠올리곤 합니다. 어머니의 생리 증후군이 궁금해서 여쭤본 적이 있는데, 의아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 오빠에게 화를 내며 실컷 야단치고 나면 생리가 시작되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오빠가 잘못해서 야단맞은 것이 아니라, 생리증후군으로 어머니의 감정 상태가 그랬던 것이지요. 오빠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신 모양입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그저 '오빠와 제가 꼭 잘못해서 야단맞았던 것은 아니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가 당시 어머니의 나이가 되니, 어머니의 입장에서 또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래서 어머니들에게 꼭 생리 날짜와 감정조절이 안 되는 시기를 잘 파악해보라고 조언드립니다. 두 날짜 사이의 관련성이 있는지 먼저 파악해보고, 관련이 있으면 꼭 달력에 표시해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알려주세요. '엄마가 괴물이 되는 날'이라고 알려주면 아이도 조금 조심해줄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도 엄마를 이해하는 법을 조금씩 깨우치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어머니도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하는 연습을 했으면 합니 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감정의 노예가 되기보다 감정의 주인이 되도록 힘을 냈으면 합니다.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저에겐 직업이니, 섣불리 화를 내거나 기다려주지 못하면 프로답지 못하지요. 그래서 스스로를 조절하는 법을 연습하곤 합니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제 마음을 들여다보며 감정을 객관화합니다. 그리고 뻣뻣해진 목에 호랑이 고약을 바르며 "선생님 병 걸리겠다. 말 좀 잘 들어."라고 장난스럽게 말하고는 파이팅을 외칩니다. 물론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여전히 감정조절이 힘듭니다. 그럴 때 는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수업을 조금 줄이고 사우나를 가거나 기분전환을 합니다. 


저는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방법을 함께 찾아주고, 공부 의 기본기를 갖추게 해주는 선생님입니다. 그래서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그 방법을 안다고 해서 아이들이 모두 견뎌내지는 못하지요. 그래서 아이가 견뎌낼 수 있도록 힘을 줘야 한다는 사실 또한 무겁게 느껴집니다. 제가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만큼 아이가 성장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배웠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저의 응원에 힘을 내서 공부할 수 있도록 제 에너지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어머니들이 이런 역할을 해 준다면 아이도 분명 그 노력만큼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이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를 위해 희생한다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어머니 자신이 행복해야 아이에게 행복한 에너지를 전해줄 수 있으니까요.


https://youtu.be/SEwPwe2dmYU



윤 경 미

(현) 성북동 좋은선생님 원장 

(현) 좋은 연구실 대표

(전) 대치동 KYLA Smart Education 원장

(전) 성북동 성당 주일학교 교사

 

저서 및 저작 활동  

<뮤지컬 앤 더 시티> 저자

<일기는 사소한 숙제가 아니다> 저자

<초등 1, 2학년 처음공부> 저자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mmyooo

블로그

https://blog.naver.com/mm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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