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VS 고객

by mmyoo

"어머니께서 유방암을 진단 받아서요. 홈페이지에 보니 항암 가발이 50% 할인이라고 되어 있어서요. 가격이 어느 정도될까요?"

"보통 인모는 2백에서 3백 하는데, 지금 암환자 활인해서 100만원대에 가능해요. 오셔서 머리에 맞춰서 커트도 해드리고요."

"항암기간 몇 개월만 쓸텐데 가격이 꽤 나가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암환자들은 화악성분이 없어야 하니까. 인모를 써야해요. 인조모는 못써요."

"그래요? 알겠습니다. 어머니랑 상의해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번호랑 성함 남겨놓을게요."

"제가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암산업'이라는 단어는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애쓰는 외과의사들에게는 치욕스럽게 느껴질 것입니다. 어렵게 의대에 들어가서 예과, 본과, 인턴, 레지던트까지 10년을 넘게 밤잠 제대로 못자고 전문의가 된 외과의사들이 암환자를 통해 돈을 번다고 말하면 당연히 불쾌하지요.


하지만 어머니가 암투병을 시작하고 저는 분명 암산업의 현실을 목도했습니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암환자가 세상에서 사라질 경우 돈벌이가 줄어들 곳은 분명 많았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암환자를 고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꽤나 많았습니다.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면역치료를 제공하는 요양병원은 한달 500만원 정도의 비용을 제시했습니다. 일주일에 80만원하는 곳도 있었고, 상급병실료 7만원으로 통원 차량을 제공하는 정도의 요양병원도 있습니다. 환자식은 물론, 샴푸와 비누 등 암환자를 위한 제품들도 꽤 많습니다. 항암효과가 있다고 하는 영양제와 건강보조식품까지 산업이라 하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입니다. 물론 어머니께서 완치만 된다면 돈 따위 무슨 소용입니까? 빚을 내서라도 해야지요. 다만 이런 마음을 이용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렵습니다.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고 어머니가 제일 먼저 했던 것은 심장외과 진료였습니다.


"엄마가 심장이 좀 안좋은가봐. 심장과 검사를 받으라네."


심장외과 검사를 마친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심장과 갔더니 담당선생이 70% 넘으니까 항암치료 당연히 가능하다고 하네. 그런데 어차피 서울에서 치료할거면 서울에서 검사하라네. 여기서 왜 하냐고 난리다."


어머니의 유방암 케이스인 her2 양성일 경우 표적항암제를 사용합니다. her2 양성의 표적항암제가 허셉틴(트라스타주맙)입니다. 허셉틴의 대표적인 부작용이 심기능 장애입니다. 심부전증이 있었거나, 좌심박출률이 55% 미만일 경우 투약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심장외과 검사를 진행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서울대분당병원 진료 예약이 되어 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왜 그랬을까요?


종양내과 의사들이 Her2 양성 치료에 대해 알려주는 유튜브를 봤는데, Her2 양성 함암제가 가장 비싼 항암제라는 말을 제일 먼저 하네요. 이걸로 안잡히면 이걸로 잡고, 또 저걸로 잡는다는 내용을 보면서 섬뜩한 생각에 구역질이 쏠렸습니다. 1년 동안 항암치료를 하고도 4년만에 뼈와 폐로 전이되고 재발된 사례를 웃으며 말 하는 그들에게 환자는 어떤 의미일까요?


제가 병원에 간 일요일 저녁, 아무것도 모른다는 인턴은 비급여 동의서에 서명을 받으러 왔습니다. 허셉틴과 병용투약하는 항암제 퍼제타(퍼투주맙) 사용에 동의해달라는 것입니다. 퍼제타의 항암비용은 회당 255만원입니다. 첫회는 두배 사용하여 500만원이 넘습니다. 다행히 작년부터 림프절 전이가 있고, 암세포 사이즈가 1cm를 넘을 경우 수술전 병용투약 시 본인부담 30%로 보험적용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래도 회당 80만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퍼제타로 her2 과발현을 못 잡으면 캐싸일라라는 항암제를 써야 하는데 1년 투약비용이 1억이 넘습니다. 물론 어머니 건강에 도움만 된다면 돈이 무슨 소용입니까? 빚을 내서라도 해야지요.


유방암 환자에게 기존 치료제인 허셉틴에 로슈의 '퍼제타(Perjeta, pertuzumab)'를 추가 병용투여했을때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하지만, 효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임상결과가 발표됐다. 퍼제타는 이달부터 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허셉틴·도세탁셀과 병용투여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APHINITY 임상결과는 최고 권위의 임상저널인 NEJM에 "Adjuvant Pertuzumab and Trastuzumab in Early HER2-Positive Breast Cancer"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NEJM 리뷰를 진행한 캐시 밀러(Kathy Miller) 임상의는 "APHINITY는 HER2 양성환자에 약물을 추가하는 식의 마지막 임상프로젝트가 돼야 한다"며 "단순히 HER2 양성을 가지는 환자에 계속적으로 치료법을 추가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으며, 효용에 대비해 약물독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http://www.biospectator.com/view/news_view.php?varAtcId=3383


효능에 큰 차이가 없는 퍼제타를 대한민국에서는 건강보험에 적용시켰다는 참 아이러니한 기사내용입니다. 이번 ASCO에 참가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허셉틴의 바이오베터인 퍼제타가 설사등 부작용이 있고 효과가 더 좋아진다는 입증에 실패해 미국에서는 더이상 병용투여를 권하지 않기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이날 발표로 퍼제타의 제약사인 로슈사의 주가는 곤두박칠쳤습니다.


전혀 다른 내용의 기사도 있습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HER2 양성 유방암의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 '퍼제타 + 허셉틴' 병용 혹은 허셉틴 기반의 항암화학치료를 권고(preferred regimen)하고 있습니다. 이 때 환자의 특성에 따라 림프절 양성 등 재발 고위험군이면 퍼제타+허셉틴의 병용 투여를 권고하고요. 퍼제타는 NeoSphere 임상을 통해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n=417명)의 수술 전 보조요법에서 대조군인 허셉틴+도세탁셀 병용요법 대비 개선된 병리학적 관해율(pCR) 을 보였다. (45.8% vs. 29.0% [p=0.0141])

또한 APHINITY 임상시험의 하위 분석 결과에서 퍼제타·허셉틴 병용투여는 재발 고위험군 환자에게 더 큰 치료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림프절 전이 양성 환자군(n=3,005)에서 `퍼제타·허셉틴` 병용 투여는 허셉틴 단독 투여 대비 침습성 질환(Invasive disease)의 위험을 23%(HR =0.77 [95% CI: 0.62-0.96; p=0.019])까지 낮췄다.

http://m.medipana.com/index_sub.asp?NewsNum=242278


혼제된 정보 속에서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 망설여집니다. 그래서 의사의 말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림프절에 전이된 어머니는 재발 고위험군으로 퍼제타를 병용투약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어머니가 비싼 항암제 고객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암환자에 비해서 돈이 되는 환자였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전이 정도를 파악하는 것보다, 항암제 투약이 가능한지를 먼저 검사했던 것을 보아 돈이 되는 환자를 서울대분당병원으로 전원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어치피 her2 양성에 림프절 전이가 있으면 모든 병원은 동일한 프로토콜의 표준치료를 합니다. 어느 병원이나 똑같은 치료를 하니까 어머니께서 더 편하게 치료받으셨으면 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환자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기 보다, 자기 환자라고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거짓없이 정보를 주고 환자에게 선택권을 주어야 했습니다.


산업이 되면 무언가를 생산해야하는 숙명을 지게 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해야 할 무언가는 바로 '돈'이겠지요. 돈을 생산하지 못하면 그 산업에서 도태되는 것이 당연한 원리입니다. 물론 아직은 돈을 생산하는 것보다 환자를 더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절실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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