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최애 채소인 오이를 많이 기르고 싶은 마음에 오이를 좀 많이 심었다 했는데 정말로 존재감 있게 텃밭을 점령해 가고 있는 오이가 기특하기도 무섭기도 한 나날들이다. 그래서 이제는 텃밭이 아니라 오이에게 점령당한 오이밭으로 불러야 할 만큼 오이밭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그 와중에 심은 적이 없는 이상한 열매가 발견되어 아이와 함께 저건 호박이다! 심은 적도 없는데 참외다! 하며 설왕설래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남편도 발견하고서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정체를 증명해 주었다.
문제의 호박참외같은 오이바로 오이라고~~ 오이인데 바닥에 누워 버려서 둥글게 둥글게 자라나다 보니 호박 같기도 하고 참외 같기도 한 호박 참외 같은 오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오이줄기에 연결된 오이가 확실했다.
너무 웃기고 재미있어서 그 주제로 가족 모두 한참을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텃밭이 주는 신비로움과 더불어 재미와 이야깃거리까지 풍성해지니 정말로 텃밭은 보면 볼수록 보물밭임에 틀림없다.
예쁜 오이꽃들그리고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간밤에 잭과 콩나무처럼 우리 몰래 쑥쑥 커진 것인지는 몰라도 오이가 정말로 쑥쑥 자라서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을 오늘 아침에 발견하고 남편과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는 텃밭 앞 잔디밭까지 점령한 오이덩굴을 보며 조심조심 지나다니며 신기하고 예쁘고 기특해서 폰으로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다.
잔다밭까지 침범한 오이 덩굴집에 이웃분들이 주신 오이도 한 가득인데, 이 오이들을 어찌해야 하나 하는 배부른 고민을 하니 남편이 오이김치 담그면 되지! 하며 해맑게 말한다. 어이구! 오이김치는 뭐 쉽게 담글 수 있나. 이 양반아! 하는 말을 마음속으로 삼키며 또 유튜브 선생님들의 도움을 얻고자 검색에 들어간다.
이사 와서 텃밭을 보며 오이 키우기를 많이 바랐던 남편의 바람이 이제 눈앞에서 실현되고 있다. 무시무시한 오이 덩굴과 함께. 열매는 기특하고 수확의 기쁨도 달콤하고 반갑지만 저것들을 다 어찌 요리 조리 해 먹을지 고민이 되는 건 나의 근심으로 변해 가고 있다. 오이가 넝쿨째 굴러와서 기쁘기는 잠시였나 보다.
오이들아 이만 천천히 자라 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