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아삭아삭한 식감을 좋아한다. 아삭아삭한 데다가 청량함까지 있는 오이는 남편의 최애 채소 중에 하나다. 그래서 유독 텃밭에서 식물을 키울 때 오이를 재배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여러 식물 유튜브를 보고 그중 어느 유튜버 분께서 추천하시는 오이를 키워 볼 요량으로 오이 씨앗에 지피포트에 영양제까지 세트로 파는 상품을 주문했다. 그래서 정성스럽게 발아를 시키고 제법 식물의 모습을 갖추었을 때 텃밭에 옮겨 심었다. 덩굴 식물인 오이의 특성에 맞게 철사 지지대도 설치해서 말이다.
지피포트에 오이씨앗을 심고 발아하기를 기다렸다.오매불망 오이가 언제 열릴지 기다리면서 매일매일 물도 주고 유튜브선생님께 배운 대로 천연살충제도 뿌려주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드디어 오이꽃이 피고 지면서 그 밑에 조그맣게 오이형태를 띤 열매가 열린 것을 보았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다른 식물들과는 달리 오이는 매일 제자리걸음을 하듯 성장의 진전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오늘 보니 철사지지대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던 오이가 어느새 성큼 자라나 있는 것이 아닌가.
작고 소중한 오이들이 자라고 있다남편과 나는 동시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며 사진을 찍고 신기해서 한참을 쳐다봤다. 언제 자랐지 하며 못 봤는데, 라며 서로에게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하며 오이가 비로소 제 모습을 갖추어 나가는 것에 경이감을 느꼈다.
드디어 오이가 제법 자라 모습을 갖추었다작은 생명체 하나가 작은 씨앗에서 커 나가면서 성장하는 것을 바라보는 느낌이 자못 새롭고 신비함을 느낀다. 아이들을 키우고 있지만 이제는 많이 컸다고 생각하여 여전히 자라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 채 허투루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한살이가 짧은 주기로 이루어지는 식물들을 보며 생명의 신비를 느끼며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도 이어지는 듯하다.
말도 못 하고, 움직이지도 않고 오로지 땅에서 뿌리 박혀 제자리에서 생명력을 뽐내고 있는 식물들을 보며 경이로움을 느끼며 살아있음 느낀다.
오이를 좋아해서 직접 재배해서 먹고 싶다는 소박하고도 야무진 꿈에서 시작한 오이 키우기가 이제 결실을 맺고 있는 것 같아 기쁘고 흐뭇하다. 식물들을 보며 성실을 배우고, 인내를 배우고 인생을 배우는 요즘이다.
식물힐링, 식집사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님을 느끼며 하루하루에 감사하다.
고마워! 오이야! 고마워! 우리 텃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