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덕후들이 사는 집

by 므니

1990년대 국민학생이었던 그때 그 시절, 부모님께서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삼국지와 수호지 전집을 사주셨다. 소년소녀 삼국지, 수호지 각 16권씩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수호지도 재미있었지만 양산박의 무리 이야기는 나의 구미를 당기지 못했고 삼국지의 드라마틱한 전개와 매혹적인 각 인물들에게 빠져 들었다. 그 당시 유행했던 삼국지 TV만화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보다 삼국지 책이 더 재미있었다. 그래도 그 만화영화의 주제가인 '복숭아나무 아래서~'는 아직 생각이 난다.




2021년이 되고, 그 아이는 엄마가 되어 초등3학년이 된 아들에게 삼국지를 권하게 되면서 삼국지 덕후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이에게 삼국지를 읽게 해 주고 싶은 마음에 삼국지를 많이 검색했는데, 검색력의 부족 탓인지 그 당시에는 글밥이 적고 그림이 많은 삼국지를 찾기가 어려웠다. 학습만화를 보지 않는 우리 집만의 규칙이 있어 학습만화를 제외하니 아이 수준에 맞고 내 맘에 쏙 드는 삼국지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10권짜리 삼국지를 중고로 구입했고, 아이가 3학년 중반 무렵부터 삼국지를 읽기 시작했다. 그 삼국지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더니 인물과 사건을 상세히 말하게 되었다. 역시나 삼국지 초보 독자의 러버는 유비, 관우, 제갈량이었고 가장 좋아하는 사건은 적벽대전이었다.


아이가 너무 좋아하니 삼국지의 다른 버전은 없는지 찾아보다가 비교적 신간이었던 고정욱삼국지를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읽게 했는데, 그것도 여러 번 읽어 해치웠다. 뒤이어 다른 삼국지를 찾아 헤매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 금성출판사의 삼국지를 찾게 되어서 그것도 대여해 줬더니 순식간에 다 읽어 버렸다. 삼국지 덕후가 되어 가는 아들을 위해 다른 버전의 삼국지를 찾기에 바빴다.

소장하게 된 설민석의 삼국지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설민석의 삼국지 두 권을 대여해 줬더니 너무 재미있다며 단숨에 읽어 버렸다. 그러곤 이 두 권의 삼국지는 꼭 소장하고 싶으니 구입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 집 삼국지의 역사는 마무리되는가 했는데, 인터넷을 뒤진다. 삼국지에 나온 인물들의 무기를 검색해 보더니 여포의 방천화극 장난감을 사달란다. 둘째도 형을 따라서 삼국지에 빠지고 있는 중이어서 자기는 관우의 청룡언월도를 사달라고 한다.

위 여포의 방천화극, 아래 관우의 청룡언월도

삼국지의 본 고장인 중국에서 코로나로 다시 막혀버린 최근의 봉쇄를 뚫고 드디어 우리 집에 도착한 장난감들.

삼국지를 펴 놓고 그것을 어루만지며 책을 읽는다.

삼국지를 펴 놓고 각종 무기를 따라서 그리고 색칠해 가며 어느 것이 멋있는지 물어본다.

삼국지를 펴 놓고 관우가 죽는 장면에 눈이 빨개지며 이 부분을 읽어 보라며 황급히 불러 세운다.

삼국지를 펴 놓고 조조의 무덤이 그렇게 많은 이유를 설명해 준다.

삼국지를 펴 놓고 유비가 아들 유선을 내팽개치며 조자룡을 잃을 뻔했다는 유비의 모습에 놀라움을 표하며 이야기한다.

관우의 마지막
여러 무기 따라 그리기

이제 5학년이 된 큰 아들은 누가 뭐래도 삼국지 덕후다. 각 종 삼국지를 재독, 삼독 해서 몇 번 읽어는지를 모르겠다. 바라는 것은 고전에 나오는 지혜를 깨닫고 또는 반면교사 삼는 것이다. 이제 겨우 초등5학년이 되는 아이에게 큰 바람인가 싶어 멋쩍게 웃으며 엄마의 욕심을 한 스푼 덜어낸다.



아, 작은 아이는 형 바라기로 형이 하는 모든 것을 따라 하고 싶어 해서 차곡차곡 형의 뒤를 쫓아가며 삼국지 덕후의 길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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