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육아를 하면서 여러 책육아에 관련된 자녀교육서를 읽었다. 그중에 제일 기억에 남고 인상 깊었던 책은 [결과가 증명하는 20년 책육아의 기적], [지랄 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였다. 실제 사례가 풍부해서 좋았고, 저자들이 직접 체험한 내용으로 선배맘이 작정하고 꿀팁을 방출하는 이야기여서 좋았다. 두 권다 엄마의 헌신과 열정이 엄청나게 녹아 있었다. 그것을 그대로 실천하기에는 그만큼의 에너지가 없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리 집에서 하는 책육아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했다. 우선 가늘고 길게 가보자고 결심을 했다. 책육아를 주도하는 엄마가 지치면 되지 않기에 할 수 있는 적정선을 생각해 보았다.
책은 그림책 5권을 넘기지 않을 것
두 아이가 원하는 책 2권씩을 허용해서 읽어 줄 것
소요 시간은 총 30분을 넘기지 않을 것
학습 만화는 허용하지 않을 것
이렇게 대충이라도 정하고 나니 책육아 그거 별거 아니구나 하면서 호기롭게 시작했다. 그렇게 큰 아이 6살, 작은 아이 4살에 책 육아를 시작했다. 우선은 집에 있는 얼마 되지 않은 책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중고서점 개똥이네서 만만하고 저렴한 전집들을 구매했다. 2주마다 도서관에 가서 대출해 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이마다 호불호가 생기고 선호도가 다르다 보니 집에서 가장 잘 보이고 손길이 잘 닿는 곳에 좋아하는 책을 배치해 두는 엄마표 북 큐레이션도 잊지 않았다.
지금 큰 아이는 초4, 작은 아이는 초2이다. 햇수로 6년째 책육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책육아 5년 차까지는 정말 매일, 매일 책을 읽어 주었다. 손님이 오시거나 저녁 약속이 있는 날에는 그 시간이 되기 전에, 외출하기 전에 책을 읽고 그날의 목표 및 할당량을 채우고 나갔다. 간혹 저녁 외출하기 전에 읽지 못해서 밤늦게 들어오는 날에도 양치를 하고 샤워를 시킨 후 이미 눈에 졸음이 가득하지만 책을 읽어주고 재웠다. 하루쯤은 빼먹어도 좋을 일이고, 그렇게 빡빡하고 피곤하게 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나를 잘 알기에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사흘이 되는 나의 습성을 거스르고자 선택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요즘 말하는 '그릿'이 생겼다. 이제 책을 안 읽으면 정말 자지 못하는 하나의 루틴으로 자리 잡아 버린 것이다.
그 사이 아이들에게 읽어 주는 책의 글밥도 늘어 이제 하루에 한 권씩 읽어 주는 것은 무리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고판 100쪽이 넘어가는 책은 분류된 장이나 소제목 별로 끊어 읽어 주게 되었고, 혼자서 읽다 보니 힘들어져 아이들과 번갈아 읽게 되었다.
두 아이 모두 학교에서 초2부터 시작된 받아쓰기도 제대로 맞춤법 검사나 지도를 하지 않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완전한 문장 형태와 올바른 맞춤법을 많이 봐서인지 틀리지 않고 잘 받아왔다.
큰 아이의 읽기 실력은 나날이 늘어 이미 초1 겨울부터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모두 읽게 되었다. (물론 한글버전이다.) 이제 큰 아이는 나와 책을 같이 읽는다. 청소년 소설도 읽고 청소년을 상대로 한 비문학 지식도서도 읽고 있다. 삼국지는 너무 좋아해서 각기 다른 버전으로 된 삼국지 3종류를 완독 했다. 그리고 또 읽고, 또 읽고 있다. 일종의 휴식책으로 삼국지를 집어 든다. 적벽대전과 관우와 조조의 이야기를 지겹도록 하고 또 하며 읽고 있다.
그런데 숙제는 둘째 아이였다. 사실 큰 아이와 다르게 둘째는 말로만 듣던 책을 읽어주었더니 스스로 한글을 뗐어요.라는 아이로 큰 아이보다 신통방통 예뻤다. 단지 형보다 뒤처지는 것에 조바심이 났는지 소리 내서 읽을 때, 문장의 종결어미를 바꾸거나 조사를 빼먹고 읽는 경우가 왕왕 발생했지만 그것도 계속 읽어주니 자연스럽게 교정이 되었다.
하지만 글밥책으로 넘어가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기대했던 읽기 독립도 쉽지가 않았다. 조바심이 많이 났다. 큰 아이와 다른 인격체이고 다른 성향인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왜?라는 의구심이 계속 생겼다. 그 조바심을 꾹 누르고 도를 닦는 심정으로 매일 책을 읽어 주었다. 좋아할 만한 책들을 선정해서 바꿔주며 읽어주고 스스로도 읽게 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앉은자리에서 문고판 100쪽 정도의 책은 뚝딱 읽어 내는 정도까지 왔다. 어제는 [샬롯의 거미줄]을 이틀에 걸쳐 다 읽고 너무 재미있었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자랑스러워했다.
이렇게 만 6년의 시간을 책육아로 달려왔다. 이제 큰 아이는 엄마가 읽어 주는 것보다 본인이 혼자서 스스로 읽는 것을 즐기는 나이가 되어 가고 있다. 둘째는 좀 더 품에 끼고 읽어 주고 싶은데 이것도 머지않았겠구나 싶어서 벌써부터 계속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의 책육아는 읽어주기와 스스로 읽기를 병행하며 하고 있다. 아직은 엄마가 읽어주는 것을 좋아는 해 주어 가능한 일이다. 언제까지 읽어줘야 하나, 읽기 독립이 오기는 오는 것인가 하며 고심했던 날들이 많았다. 그런데 매일 꾸준히 읽어주니 어느샌가 여기에 와닿았다. 아직 둘째는 책의 바다에 풍덩 빠진 것이 아니기에 책육아를 졸업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려 한다.
누군가 왜 그렇게 책육아에 매진하느냐고 묻는다면, 학습에 도움이 되어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한다는 솔직한 바람을 숨길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하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아이들이 평생 독자로 살기를 원하는 바람이 가장 크다.
현재 엄마로 살고 있는 나도 읽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책 속에 빠져 들면 다른 세계로 넘어가 여행할 수 있고, 만나고 싶지만 만나기에는 너무 어려운 명사들을 대면하듯이 만날 수 있다.
이 매력이 너무 크기에 오늘도 읽고, 오늘도 읽을 책을 슬며시 권하고, 오늘도 읽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