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두고 간 책

by 므니

이제 혼자서 책 읽는 것이 더 편해지고 있는 초4 남학생,

우리 집 큰 아들.

주말에 함께 도서관에도 가지만, 주중에 아이들 없이 도서관에 들러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들과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들로 골라 대출을 해 온다.

이 책 역시 엄마의 흑심이 묻어나는 책이다.

<100년 후에도 읽고 싶은 한국 명작 동화>라니. 아직 중학생이 되진 않았지만 중학생이 읽어야 할 필독서처럼 왠지 교과서와 연계되어 아이 공부에 도움이 팍팍될 것 같은 기분에 책 내용은 보지도 않고 덥석 집어 왔다.



첫 번째 이야기는 방정환의 <만년샤쓰>라고 했다. 만년샤쓰는 나도 재미있게 읽고 감동이 있었던 터라 내심 다행이었고 반가웠다. 더구나 주인공 이름도 마침 기억이 나 창남이라고 아는 척할 수 있어서 안심했다.

그 뒤로 줄줄이 나오는 이야기들은 잘 모르는 이야기가 태반이어서 아이가 물어 오면 모른다고 했다가, 아는 척도 했다가 어물쩍 넘어갔다.



단편 모음이라 가볍게 읽어나가며 드디어 완독을 한 아이가 불렀다. 이 이야기는 엄마가 꼭 읽어야 할 것 같다고.

그 이야기가 있는 쪽을 펼쳐 엎어 두며 꼭 읽으라는 말을 남겨두고 자러 갔다.

아, 내가 읽어야 할 다른 책도 많은데 내일 아침에 읽었냐는 아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책을 집어 들었다.


정채봉 님 이름은 많이 들어 봤지만 언뜻 떠 오르는 소설 제목 하나 없는 것에 얼굴을 붉히며 읽어 나갔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묘사에 제목은 왜 노을일까 궁금해하며 읽었는데, 짧은 이야기에 여운이 상당했다.

마음이 뭉클해지며 아이가 왜 그렇게 감동했는지, 왜 그렇게 읽어보라고 했는지 알 듯했다.

이 이야기로 독서록을 쓴 아이의 기록을 살짝 들쳐보니 가족이 함께 있는 모습이 정다워서 좋았다고 했다. 또 한부모 가족인 친구가 있으면 권해 주고 싶다고도 적혀 있었다.



아이도 나도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배우고 책을 통해 사람을 향한 마음도 배운다. 오늘도 배웠고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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