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육아

다시 마음 다잡기

by 므니

큰 아이가 4학년이 되고 나니 아이가 바쁘고 할 게 많아져 점차 잠자리 독서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4학년인 큰 아이는 틈틈이 책을 찾아 읽고 몰입해서 읽는 경우가 늘어나 큰 걱정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아이는 2학년이라 좀 더 끼고 읽어주고 싶었는데, 둘을 데리고 한 번에 읽어주는 우리 집의 방식상 둘째는 어쩔 수 없이 방치 아닌 방치로 홀로 읽기를 시키고 있었다. 건성건성 읽는 게 딱 봐도 보였지만, 큰 아이의 숙제며 다른 부분을 챙기다 보니 둘째는 어쩔 수 없네 하고 합리화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부족해 잠자리 독서를 안 했는데 시간이 남는 게 아니라 하든, 안 하든 시간에 쫓기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래서 오늘 독서대를 슬그머니 꺼냈다.


" 엄마, 어? 우리, 책 읽을 거예요? "

" 앗싸! 나 무슨 책 고르지? "

" 형아, 내가 마지막 책 할 거야! "

좁은 책장 앞 공간에서 실랑이하는 모습마저 예쁘다.

오늘 선정된 책은 권정생 선생님의 '하느님의 눈물', '삼국지 2권', '식물도감'이었다. 하느님의 눈물을 먼저 읽어주고, 거기에 나왔던 식물들을 찾느라 식물도감을 뒤적이며 식물이며 나무들을 잠시 살펴봤다. 그리고 삼국지 2권의 초반부를 읽어 주었다. 조금은 남사스러운 목소리 연기도 아이들 앞이면 괜찮다.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등장인물의 대사에 숨결을 불어넣어 주듯 읽어나가다 보면 아이들도 나도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고 젖어들어간다. 역시 하느님의 눈물을 읽고는 다들 맘이 찡해져서 한 동안 말이 없었다. 아이들과 책을 읽고 나면 이런 공기가 좋아서 더 끊지 못하는 건 아닐까.

책을 읽어 주는 시간들에 조금 흐름이 끊겼다 해도 괜찮았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아이들에게 책을 안 읽어줘서 편하고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시간을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바로 엄마인, '나'였다. 책을 읽어주면서 등장인물에 맞게 목소리로 연기하며, 누구보다도 책의 내용을 음미하며 읽는 사람도 '나'였다. 아이들의 숨소리를 오롯이 옆에서 들으며 엄마 목소리에 경청하며 들어주는 복을 누리는 사람도 '나'였다. 이 시간이 머지않아 사라질 것 같아 아쉽고 아쉬워서 오늘도 책을 읽어 주었다.

이제는 단편보다 장편 시리즈물을 즐기는 연령이 되어 긴 시리즈물을 한 번 시작하려면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시고 시작해야 하지만, 그래도 읽어주고 싶고 아이들과 호흡하고 싶다.




독서 전문가들에게 아이에게 언제까지 책을 읽어줘야 하나요?라고 부모들이 많이 묻는다 했다. 부모들이 원하는 대답은 초등학교 1~2학년 정도 한글을 깨쳐 혼자 읽기가 가능한 시기 소위 읽기 독립이 가능한 시기일 거라고 생각하고 묻는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 시기가 되면 부모들이 책을 많이 읽어 주지 않는 다고도 했다. 혼자서도 읽을 수 있고, 학습이 시작되는 초등이라 할 것도 많아지며, 책도 그림책에서 글밥이 많아지는 문고판이나 어린이 동화로 넘어가게 되니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독서전문가들의 대답은 우리가 원하고 기대하는 답이 아니라 "아이들이 원할 때까지 읽어주면 됩니다."였다. 처음에 이 말을 들으며 무릎을 탁 쳤지만, 조금은 맥이 풀렸던 기억도 난다. 적정 기한이 정해진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잘 못 걸리면 큰 일 나겠구나 싶었다.


잘 못 걸린 채, 계속 읽어 주는 책 육아를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런데 달라진 점은 아이가 원할 때까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원할 때까지 책을 읽어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귀해서 오로지 엄마의 목소리에 의존해서 듣고, 느끼는 감정이 충만한 이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호흡이 긴 책들은 끊어 읽어주면 된다. 많은 시간이 아니라 10분, 20분이어도 된다. 이렇게 가늘고 길게 끊어지지 않게 오늘도 책육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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