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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momo Feb 08. 2024

좋은 아이

12년 전 제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초등 임용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열두 살, 나를 만나고부터 꿈꾸었던 일을 이루게 되어서 꼭 찾아뵙고 인사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참 반갑고 기뻤다. 문득 안경을 쓰고 웃고 있는 아이의 동글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 그때도 참 기특한 아이였지. 


올해 둥이들 모두 1학년에 입학을 한다. 언제 이리 컸을까. 정말 새삼스럽다. 육아에 애간장 태우던 기억이 생생한데 첫째는 벌써 4학년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일렁이는 긴장과 기대 속에 누구나 그런 기도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게 해 주세요.' 


그래,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 아이가 '좋은' 아이가 되는 거다. 혹시나 불편한 분위기나 상황 속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지혜와 힘을 길렀으면 좋겠다. 


해마다 힘든 아이들이 있지만 그래도 힘을 낼 수 있는 건 '좋은' 아이들이 있기 때문인데, 그런 아이들은 긍정의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마음의 힘이 있다. 주변의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힘 말이다. 

그 중심에는 '듣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다. 잘 들어주니까 둥글 둥글 잘 어울린다. 잘 들으니까 잘 이해하고, 조급하게 선택하지 않는다. 말이 앞서지 않기 때문에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우월함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독보적으로 뛰어나 보이지도 않는다(이런 아이들은 훗날 성공? 했어도 절대 연락하지 않는다^^;). 


12년 전 제자도 그랬다. 무슨 일을 하든 잘 해낼 거란 믿음이 가는 아이였다. 우리 아이들도 새 학기, 새 학급에서 주변을 부드럽게 만드는 힘을 가진 아이들이었으면 좋겠다. 이제 이런 기도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새 학기에는 우리 아이가 더 좋은 아이가 되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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