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병원진료가 끝나길 기다리며
막내와 데이트를 한다.
합성동 지하상가.
이 오래된 장소에 베인 도시의 냄새.
중고서점에서 맘에 드는 책을 고르고
명절에 받은 용돈을 꺼내는 아이의 미소를 본다.
자기가 고른 책을 펼쳐 빠져든 아이의 옆모습,
책꽂이에 꽂힌 책들의 세월과 제목들이 주는 위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
어느 카페에 앉아 망고빙수를 시킨다.
아이는 한 스푼을 입에 떠 넣을 때마다 달다 한다.
엄마와 먹으니 더 달다한다.
병원에 간 아이는 결국 입원을 해야 한단다.
고생스러울 시간에 잠깐 어지럽지만
이런 날에도 위로의 순간들은 있더라.
엄마, 나 혼자 있을 수 있어.
씩씩하게 밤을 견디고, 병을 견디는 아이.
삶에 뒤섞인 희로애락을 느끼며 오늘도 나는,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