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좀깨잎나무
어떡할래.
비가 우악스럽게 쏟아지던 그날.
그 많은 한강 다리를 손 잡고 거닐며 터벅터벅 앞으로 나아갔던 그날.
그 많은 한강 다리들을 지나면서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니.
어떡할래.
볼품없는 내 박스카를 참 좋아해 주던 너.
장거리 운전을 할 때면 힘들까 봐 기사를 자처하던 너.
그 안에서 새긴 우리 추억들과 항상 잡고 있던 손의 온기는 사라졌는데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그 많은 박스카들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니.
어떡할래.
오랜만에 만나면 첫인사 대신 하던 그 춤사위.
우리 만의 말투, 손짓들. 그 사랑스러운 우리만의 은어들로 충만함이 넘치던 분위기.
흥을 숨길 수 없는 네가 스스로도 모르게 세상에 뽐낼 때
혹여 행복에 겨워 눈물짓던 내가 떠오르게 되면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니.
넌 괜찮았던 거니. 그렇게 아쉬운 마무리를 하고서도.
그런데 참 웃긴 게.
도저히 멀쩡할 자신이 없던 난
너 없는 내 삶을 살아내려고 아등바등 대다 보니
네가 내 하루에 없어도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아. 벌써.
사람이란 건 참 진절머리 날 정도로 어이없기도 하지.
똑바로 일어서서 하루를 보내기도 힘겨웠는데.
이젠 가끔 뜬금없이 네가 나타날 때도 살짝 미소를 지어.
그때 얼마나 행복했으면.. 이럴까 하고.
너도 꼭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
그 대신 이제 좀 그만 튀어나와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