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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색 돌멩이 Nov 07. 2024

먹고사니즘에 이골이 난 돌멩이의  잃어버린 일기장

014. 퇴사하겠습니다


#함께하면 더 좋을 플레이리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HesxRs8czEo

<[10시간] 새벽갬성 수면용 기타연주 Relaxing Sleep Guitar Music�잠잘때 쉴 때 공부할때 Deep Sleep, Calming, Studying Music>




작업장 외부 업무를 맡고 있는 '왈가닥 매니저님'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 그동안 고마웠어요. 미안해요 실장님. 



결국,

이렇게 떠나시나..



일이 터진 전말은 이렇다.


도매 납품 건이 있었는데, 푸바오가 왈매님에게 내용을 유선 상으로 전달했고

이후 왈매님은 나에게 납품 건들을 준비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셨다.

그런데 이 메시지에 납품해야 하는 품목 중 일부가 잘못 적혀있었던 것이다.


개인적인 결론부터 말하자면 왈매님만의 잘못은 아니다.

푸바오도 스스로 인정했지만, 중요한 건이라면 더더욱 최종적으로 본인이 점검을 했어야 하는 게 맞다.

나 역시도 중간에서 확인 차 납품 내용을 다시 여쭤볼 수도 있는 거고.


아무튼 납품처에 도착해서 담당자와 실컷 이야기를 나눈 뒤에야 물품이 잘못된 것을 알아차린 푸바오는

곧바로 나와 왈매님에게 전화를 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분명 감정적인 통화였을 거다.


납품처에서 당장 꼭 사용해야 하는 그릇들이기에 푸바오가 직접 물건을 싣고 갔던 터라

다시 작업장으로 복귀해서 그릇을 바꿔 갈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는 조금 더 심각한 일이 있었다.


대량으로 고객들에게 그릇을 보내는 시즌에 물품 구성 목록이 잘못되어 

오배송 그릇을 전량 회수하고 다시 출고했던 상황이 벌어졌었다.  

(하여간 이것도 실무자 탓만이 아니다. 당연하다는 듯 진행했던 나도 잘못이 컸고 

푸바오의 세심하지 못한 관리 역시 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으아아악!)


어처구니없는 우리 쪽의 실수로 벌어진 일로 금전적인 손해는 말할 것도 없고,

더 슬펐던 건 고객들에게도, 협업 팀에게도, 우리 서로에게도

아쉬움을 떠안게 된 것이었다.



종종 이런저런 것들을 까먹어서, 젊을 때랑 달라서 (아직도 젊으시지만)

이제 그만두는 게 맞는 것 같다는 말을 했던 왈매님.


일도 제대로 못해내고 아이들에게도 부족한 엄마라며 내게 종종 자신 없는 말을 하셨다.

모두가 쉽지 않은 삶을 살지만, 특히나 육아 퇴직 후 다시 일을 시작하는 어머니들은 얼마나 힘들까.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유선 상으로 들리는 목소리가 떨릴 때가 많았다.

사람들에게 쉽게 흔들리시는 것 같기도 했고.

그런 분이 고객불편사항을 맨 처음 맞닥뜨리는 CS 업무도 겸하고 있었으니 더욱 쉽지 않으셨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인 오늘.

반복된 실수가 이제는 스스로도 용납이 안된다는 자책과 함께

완전히 무너져버린 것이다. 본인의 마음이.



그간 이런저런 일들이 벌어지면, 가능한 차분한 정신으로 터져버린 사건들을 매니저님과 함께 꿰매 왔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도울지를 겪어보니 나도 나름 업무 능력이 꽤 향상됐다고 느껴졌다.


게다가 입사 초기엔 내가 CS를 맡아서 처리했던 적이 있어서. 이게 참 머리 아픈 일인 걸 알기에.

쌓인 업무 정(?) 때문인지 왈매님의 퇴사 결정이 참 안타깝게 느껴졌다.



나도 정신 미약 상태(?) 일 때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실수가 보이면

절제하지 못하고 종종 한숨을 푹 내쉬고는 했다.

분명 언제고 나도 실수를 할 수 있는 것인데 말야.

상황을 바로 잡으면서도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게 조치하는 똑똑한 해법이 필요하겠다.


실수를 할 수 있는 게 사람이고,

그러니 인정이라는 게 있어야 아름다운 세상이 되겠지만..

어디까지 이해해 주고 추후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결국 고용자의 몫이겠지.


내가 사장이 되든, 누구랑 협업을 하든 충분히 고민해보고 연습해봐야 할 문제다.

어디 깊은 동굴에 틀어박혀 이슬이나 먹고 살 게 아니라면.


아무튼 간에



푸바오 파이팅

왈가닥매니저님 파이팅

우리 모두 파이팅팅




날이 추워져선지 낮을 덥혀주던 해도 금방 쉬러 가는 오후 5시 정도 되었을까.

따뜻한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다행히도. 



- 작가님이 붙잡아주셔서.. 다시 힘내서 해보려구요!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실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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