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 큰일이 났다
오늘의 물레연습 현황.
순항 중.
#함께하면 더 좋을 플레이리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D4cSCi8Ibuk
<[사극] [5막 시리즈(발단)] 신나는 사극풍, 사극 영화, 사극 드라마 배경음악, 노래 모음 배경 음악 OST | 막을 여는, 신나고 밝은 '발단'>
큰일이 나버렸다.
일기 거리가 더는 떠오르지 않는다.
나 혼자만이 볼 수 있는 일기인데 떠오르건 건 말 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긴 하다.
그래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쓰고자
'예비 작가'인 나와 굳게 맹세한 것인데, 이렇게 또다시 소중한 마음이 무산될 수는 없다.
사실 이 고백을 매주 일기 쓰는 날이 다가올 때마다 꺼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스스로와의 약속을 잘 지켜냈다. (아주 칭찬해 ~_~)
아침에 일어나 '키야아악!!' 내적 포효를 내지르고는
눈 뜨자마자 '시간딱러'와 지각생 모드로 출근길을 나선 뒤,
도착한 작업장에서 흙과 먼지와 사람들과 종일을 뒹굴고,
밤늦게까지 유튜브를 보다 잠드는 나의 하루에서도
다행히 써볼 만한 글감들이 계속 나를 찾아와 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나저나 일기를 쓰면서 느낀 가장 좋은 것은
일상에서의 분노가 놀라울 정도로 잦아들었다는 것이다.
(그냥 난 '꽃분할모님' 험담을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무엇 때문에 힘든 지, 화가 난지도 모르면서 바보처럼 속을 썩이는 세월을 보내던 내가
이제는 나의 하루를 차분한 마음으로 복기하면서 내 감정을 마주하는 시간을 만들었다는 것이 정말 소중하다.
또 가족들보다, 친구들보다 더 자주 만나는 직장 식구들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관심이 '이해'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한참부족한 불완전한 '질문자'이지만, 이 작고 귀여운 일기를 씀으로써
'나의 세상'에서 나를 한 발짝 더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제는 '내 소설 쓰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결심이 섰다.
(아무튼 이 결심 또한 내 고요한 일상에서는 나름 큰일이 난 것이다.)
8포인트 크기로 A4 10장 분량도 되지 않겠지만, 주저리주저리 써둔 소설이 6 ~ 7편 정도 된다.
그중 가장 아끼는 소설이 '도이 이야기'라는 역사 소설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 고대 한반도 역사의 세 나라 사이에서
외톨이처럼 빠져있는 '가야'를 조명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각종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좋아했고,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사 1급 보유자다!)
역사 콘텐츠에 푹 빠져 즐기는 것을 좋아했기에 역사 소설에 마음이 더 가는 것 일지도.
'도이 이야기'의 첫 삽을 뜬 것은 아마 2019년도 하반기 어느쯤이었던것 같다.
주인공인 '도이'를 만들어 내자, 우후죽순으로 그를 둘러싼 인물들과 사건들이 술술 피어올랐다.
몇 년 뒤 여름엔 경상도 고령과 김해로 달려가 가야의 유적을 눈에 담아보기도 했다.
땡볕에 지산동 고분군을 오르며 '이 때는 이랬었겠지.', '왜 어머니는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를
생각하며 '현지 버프'를 받아 콸콸 글을 써내기도 했다. (하... 지금 생각해도 진짜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마음이 고요한 날엔 노트북을 들고 나와 사극 재질의 노래들을 들으며
몇 시간 동안 강가에 앉아 글을 쓰는 생쑈(?)를 하기도 했다. (이것도 너무 좋았다.)
도이는 아직 저기에 그대로 있는데, 나는 벌써 서른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다.
'나도 나이를 먹고 싶다!'는 도이의 울부짖음을 계속 외면하다가도 가끔 깔짝깔짝.
그렇게 마음에 도이를 품고 산지 6여 년째.
여전히 탈고를 주저하고 있던 겁쟁이인 나는
며칠 전 어느 쪽지들과 스치듯 마주쳤다.
서울 성수에서 열린 브런치 스토리 팝업, '작가의 여정'에 다녀와서 가져온 쪽지들이었다.
그래, 나는 분노에 못 이겨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해 보면 되는 거지 뭐. 정답이 있나!
그래, 이제는 나의 이야기를 믿을 때야.
그리고 마침내 소설 탈고 결심에 마중물 역할을 했던 것은 오늘 만나게 된 브런치 연재글 하나였다.
그것은 바로 브런치 작가이자 예비 출간작가이신 <루나시움 선물공장>의 '달빛작가' 님의 연재글이었다.
오늘 나른한 점심시간에 작가님의 연재글을 보고 나서
더 이상 탈고를 미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책 나오면 꼭 보겠습니다 ^_^)
부족한 배경지식은 틈나는 대로 채우면 되고!
재미만 붙이면 글쓰기 실력과 체력은 절로 늘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내 일기가 썩 괜찮은 준비 운동이 되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나는 나 자신을 믿기에
내가 꿈꾸는 삶을 지지하기에
소설 작가로서 느끼고 싶은 고통과 희열을 위해
해야 할 것이 많다. 부족 문장도 그려봐야 하고 연대표도 다시 정리해 봐야 한다.
도이야, 가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