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
물레 실력이 늘은 것 같다.
드디어 거대 말미잘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젠장)
#함께하면 더 좋을 플레이리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hsZVdQ_oM7E
<FC온라인 전체 노래 모음>
요즘 들어 허리가 심상찮다.
금요일쯤 되면 이러다 몸이 부서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나아가 10년 뒤의 내 몸 상태가 심히 걱정스럽다.
나는 거북목에 말린 어깨를 가진 예비 통원 치료 환자다. 백해무익 술 담배도 즐긴다.
1년에 한 번씩은 꼭 견갑골 부근에 담이 크게 와서 수 일을 고생했던 추억도 수두룩하다.
일 안 하는 주말엔 하루 종일 영상 편집이나 3D 모델링을 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 간간히 글도 쓰고 있어, 몸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다.
유튜브 오래 보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일까.
운동은? 걷는 것이 다이다.
하여간 절대 몸이 정상일 수가 없는 것이다. (미안하다 돌멩아..)
기특하게도 아침저녁으로 스트레칭하는 습관은 만들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한 것 같다.
이러다간 언제 또 큰 고통이 찾아올지 모르는 일이다.
도자기 일을 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키에 두 배 가까이 되는 거대 초벌 가마를 기물로 채우고 다시 내리는 일도,
비밀 레시피로 만든 1차 유약을 채로 걸러 불순물을 빼내는 일도
이건 거의 뭐 도를 닦는 수준이다.
무거운 것을 나르거나 장비를 옮기는 일 같은 힘을 필요로 하는 일이 생겼다면?
작업장의 유일한 MZ인 내가 대책 없이 맡아서 해야 하는 처지이다.
오늘의 나는 허리에 끝없이 부하를 받아야 하는 저주에 걸린 '한국판 프로메테우스'가 된 것이다.
어느 날 한참을 푸바오와 함께 알이 꽉 찬 석고틀들을 옮기다가 나는 얼이 빠진 채 말했다.
푸바오는 말없이 웃었다.
원체 기골이 장대하시긴 하나, 이 아저씨 힘이 왜 이렇게 좋은가 싶었는데
그냥 요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체력적으로 강해지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분명 몸은 갈리는 일이긴 하다. 아프지 마요 사장님.)
이대로는 안 된다.
나는 오늘 결심했다.
20대 후반부터 건축일을 하며, 아니
군생활 때부터 시작된 이 육체노동의 역사를 이왕 하는 거 똑똑하게 해내자고.
가능한 몸을 보호하자.
멍청하게 몸에 잘못된 부하를 받아들이지 말고
똑똑하게 움직이자.
가만 생각해 보니 일할 때 이런 결심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었다.
납작한 모양을 만들기 위해 압축기로 흙을 꽉 누르는 공정이 있다.
과정 중 흙과 명주천을 위치로 조정할 때 허리를 숙이며 동작을 취했었는데
그러지 말고 '스쿼트 자세'를 취하면서 해보는 건 어떨까?
흙 하나를 누르려면 세 번은 허리를 숙였어야 했으니, 이걸 스쿼트로 바꿔서
70개의 기물을 작업한다면 못해도 200번 이상의 스쿼트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거다 싶어 자세를 바꿔 작업을 해보았다.
무릎이 발끝을 넘어서지 않게끔 최소한의 올바른 자세를 하기 위해 신경 써주면서
공정을 마쳤는데 확실히 허리가 가뿐했다. 기분도 좋았다.
일을 하고 있는데 몸이 건강해진 기분이라니!
이 얼마나 만족스러운 결과인가!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조금씩 교정을 해가며 기분 좋게 일을 해보려고 한다.
내 몸은 누가 대신 책임져주지 않을 것이고, 그럴 수도 없다.
혹 내가 전성기를 맞이했을 때나 이제 조금 천천히 속도를 늦춰 살아도 될 시기가 되었을 때,
병원을 들락날락하며 아까운 시간을 녹여 버린다면 그 얼마나 가슴 아픈 일 인가..
내 몸에 득이 되도록 똑똑하게 일하는 방법.
그 방법이 곧 나를 사랑하는 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날이 빠르게 차가워지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겨울 이불을 준비해야지.
차가운 바람에 몸조심, 마음 조심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