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팥꽃
연세우유크림빵.
너와 내가 풋풋했던 그 시기에
이 빵이 세상에 나왔지.
그냥 기본 맛만 있었던 바로 그때.
단 것을 즐기지 않던 나에게는 유난히 달고 많은 양의 크림이 부담스러운 간식이었어.
대도시에 살던 너는 빵 품귀현상에 목말라했지만
시골 촌구석에 살던 내 집 주변 씨유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구하기 쉬웠잖아.
풍족한 크림빵 파티에 너는 말했어.
기차 타고 오빠를 이렇게 보러 오니까 하늘이 기특하다고 주는 선물 같다고.
우리 사랑도 크림빵처럼 커져가는 동안 별의별 맛이 계속 나왔지.
너무너무 달아서 한참 너털웃음을 지었던 초코맛부터,
감탄스러울 정도였던 초당 옥수수맛.
내가 좋아하던 녹진한 황치즈맛까지.
우린 새 상품이 나올 때면 온 동네 편의점을 뒤져 먹었었지.
이젠 내가 먼저 이 빵을 찾아.
왜 있잖아. 당 떨어진다고들 하는 그때.
이게 당 채워주기엔 아아-주 그만이잖아.
그래, 우악스럽게 풍성한 그 크림빵을 종종 사 먹게 돼.
좀 더 우울한 날엔 네가 크림빵만큼이나 좋아하던 핫바나 소시지도 같이 곁들이면서.
너는 풍부한 크림처럼
나는 부드러운 빵처럼
그렇게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던 우리는
이제는 없지만.
이 빵을 먹을 때면 네게 전하고 싶어.
힘든 날 달달하게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힘든 날 가끔 이렇게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그날 네게 절대 행복하지 말라고 밉게 말했던 건
그냥 잠깐의 어쩔 줄 모르던 분노였고,
너도 크림빵처럼 달달한 하루를 살기를 이제는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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