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나의 집은 어디 있나요?
# 함께하면 좋을 배경 음악
https://www.youtube.com/watch?v=pfU0QORkRpY&list=RDpfU0QORkRpY&start_radio=1
<FKJ - FKJ | Ylang Ylang EP (Live Session)>
오늘의 부여는 꾸리꾸리하다.
집 안에 틀어박혀 포근한 이불속에서 게으름 부리다가
우울한 노래를 실컷 듣다가
눈물 펑펑 나는 영화를 보면 좋을 만한.
그럼에도 나가야만 하는 날이다. 오늘 일정은 참가자에게도, 부여안다 운영진에게도 의미가 깊다.
그들이 집을 어떻게 구했는지, 또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소개하는 날이기 때문.
우리는 먼저 그들이 코땀눈물을 흘려 만든 아지트 ‘소행성B’로 모였다.
오늘의 가이드를 맡은 전통 주점 사장님의 ‘부여에서 집 구하기’ PPT로 일정이 시작 됐다.
주목해 볼 것은, 부여에서는 흔히 도심에서 집을 구할 때 이용하는 ‘X방’ 어플 류의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 부동산이나 신문 광고를 이용하거나 주변 지인의 도움을 통해 알음알음 계약이 성사된다고.
촌은 촌이다.
겁이 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방구석에서도 집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지역 부동산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것.
대표적으로 으뜸/보배/홍선 3곳이 있는데 (당근에도 매물이 종종 올라오긴 함.)
우리는 으뜸부동산의 사이트를 통해 드림 하우스를 골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 취향이 제각각인지라 다양한 주거 형태를 볼 수 있어 재밌더라.
한 번 골라보세요. 돈 안 듭니다.
연고 없는 젊은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비교적 읍내에 가까운 곳이 좋겠지..
도시가스가 되어있다면 주거 난이도가 양호하겠다..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이것저것 따져봐야겠지만 임장 나갈 때나 이후 계약 전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이 정상적인 녀석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
미등기, 불법 건축물과 같은 곳이라면 다양한 국가 지원 사업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집 구하기 재밌겠지만서도.. 하이고 일단 돈이나 좀 모으자,,,
-
소행성B에서 나와 본격적으로 부여 정착민들의 집 구경을 시작했다.
생생한 주거 체험을 위해 개인의 공간을 선뜻 내어준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춤꾼의 집.
빌라? 연립 주택?이었는데 혼자 지내기 알맞은 크기의 하얗고 환한 집이었다.
읍내 생활권이라 인프라를 누리기에도 적절해 보인다.
처음 내려오게 되면 이런 익숙한 주거 형태의 집에서 시작하는 것도..
아니야 난 이러려고 부여로 오려는 게 아니야.
다음은 취향 가득한 낭만가들의 집.
읍내 회전 교차로를 끼고 있는 그의 집은 계단을 좀 올라야 했다.
입구인 상가 단지로 들어갈 때까지는 뭔가.. 느와르 영화에 나올 법 한 분위기였는데 막상 집 안으로 들어가니
이 집주인은 자신의 감각으로 뜯어고치는데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레트로 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집주인이 영화 애호가다 보니, 본인이 다녔던 지역의 여행 사진에 도시 이름을 멋들어지게 장착한 포스터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나도 따라 해도 될는지 그에게 허가를 받았다.
근데,, 할 수 있을까. 증말 난 하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다..!
다음은 대저택, 호방함의 집.
83제곱미터는 넘어 보이는 단독 주택의 1층을 점유하고 있는 그는 영상 일을 하는 사람이다.
평소 악기도 다루는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까지 소음 문제는 딱히 없었다고 한다. (당신이 좀.. 무섭게 생겨서 그런 거 아니야?)
촬영 장비며 뭐며 짐이 많기도 한 데다가 뽀짝한 반려견과 함께 사는 사람인지라 처음 이 집을 보고는 마음에 쏙 들었다고.
말 그대로 레트로 그 자체에 넓직한 이 집이 나도 가장 마음에 들었다.
다음 집은 군에서 운영하는(행복주택 비슷한) 청년 및 신혼부부 오피스텔.
어찌 보면 무연고 초기 정착자에게 가장 접근이 쉬운 유형이다.
딴짓한다고 집 구경은 못했다.. 미안합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0의 통장을 추구하는’-‘마스터 주니어’(?)의 집.
20대 중반 부터 시골집을 뜯어고치며 살리라는 마음이 있었기에 사실 가장 기대했고 궁금했던 집이었다.
마당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커터기와 용접기. 바베큐용 드럼통.
춥긴 춥겠는 정감 있는 하얀 건물과 파란색 양철 판넬 지붕. 외양간으로 쓰던 넓은 창고까지
집주인은 내가 쓸 것은 내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삶의 방향성에 따라
부여로 내려온 뒤에는 책상과 의자, 심지어 침대 프레임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자신이 필요한 것을 자기 손으로 뚝딱뚝딱 만들어내고 있다고.
외로움에 기르기 시작했다는 반려묘 (상당한 미묘)도 살고 있었는데 하이고 참.. 너를 어쩌면 좋으니..♥
비록 도시가스로 되어있고 경비해 주는 분 있는 따뜻한 집에서 살면 몸은 물론 편하겠지만
이런 집에서 내 손으로 하나씩 하나씩 가꿔가는 것이 ‘내 집’이라는 감각을 더 각별하게 해주지 않을까?
생활 상의 다양한 어려움은 얻어맞으면서, 멍청 비용 지불하면서 배우면 된다.
그 경험이 잔병치레 없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부터 이루어진다면
종국에는 나의 꿈의 집에서 가족과 함께 오손도손 살아갈 순간에 가까워지게 되지 않을까!
춥고 덥고 벌레 나오는 집에서 사는 너랑 누가 결혼해 주냐고?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서로만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랑 살면 된다! (어딨 냐고 당신.. 좀 나와봐요.. 내가 잘할게..)
나는 어떤 집에서 살게 될까.
읍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불 피우고 기타 치고 노래 빵빵하게 틀어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
식물을 잘 키울 자신은 없지만 아무튼 푸릇한 생기가 있는 그런 집이면 참말로 좋겠다.
-
집 구경을 모두 마친 뒤 점심을 먹으러 갔다.
오늘 점심은 자가제면 들기름 막국수!
작은 마을 초입에 있는 식당. 주변은 한적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웬 고기구이용 돌판이 깔려있다.
아니 진짜 혼미해지는 게 여긴 국수 2인분 이상을 시키면 차돌박이를 준단다..!
남는 게 있읍니까 어르신..?
고기가 먼저 나왔다.
이 놈을 삭 구워 매큼한 장에 찍어먹어도 맛있고, 반찬으로 나오는 무 장아찌랑 함께 먹어도 맛있다.
차돌백이를 상추쌈 싸서 사부작 먹다 보니 막국수가 나왔다.
들기름 막국수로는 처음 느껴보는 기분 좋은 새큼함이 입맛을 뻥! 터뜨린다.
마무리로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열무김치와 함께 즐기는 것까지..
이 집 참 각별하다. 내 미식 경험으로써는 용인 고기리보다 나았다.
부여 방문 때마다 올 듯한 집.
-
집 구경 일정이 끝나고는 요가 수업을 받았다.
나는 기구 운동보다는 맨몸 운동이 좋다.
그래서 언젠간 요가나 필라테스(이건.. 기구 운동인가..?)를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참이다.
원체 자세도 안 좋고, 코어 근육이 비실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리.. 아무튼 요가라니 신난다.
원래 계획은 초록이 우락부락한 숲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종일 날씨가 구질해서 실내에서 진행됐다.
아쉽다. 희라숲 비슷한 감상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몰랐을 텐데.
선생님과 인사를 마치고 적당한 간격으로 띄어 앉아 요가를 시작했다.
다양한 요가 갈래 중에서 ‘하타(hatha) 요가’라는 걸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난 이게 지금까지 ‘hot 요가’인 줄 알았다.
간단한 동작에도 땀이 무에 그리 뻘뻘 나는지.
곧잘 따라 하는 멤버들을 보며.. 옴.. 쌴티..
난 무엇이 어떻게 이렇게 잘못된 인간인 것일까 생각했다.
인고의 시간이 흐른 뒤 마지막엔 역시 싱잉볼 소리를 들으며 생애 첫 요가 수업을 마쳤다.
오늘 조금은.. 건강해졌을지도?
일일 수업도 있으니 몸과 머리가 뻐근한 여행자들은 방문해 보셔요.
-
오늘로써 부여살이 캠프 일정을 85% 가까이 소화했다.
아쉽다. 집에 가기 싫다. 돈 벌기 싫다.
어른 하기 싫다.. 찡얼거리고 싶다..
싫다.. 싶다.. 싫다..
#부여안다 #부여 @buyeo_anda (instagram) #부여군 #부여군청 #부여2주살이 #부여살이캠프 #상상위크 #한달살이 #인구소멸지역 #나는남부여의공주부여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