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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경 Dec 20. 2023

내 마음 속 작은 숲

스물셋에서 스물넷이 되었다. 


노르웨이에서의 느린 삶은 나에게 느리게 걷되, 더 많이 볼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청정한 자연과 공기, 사람들의 여유로움, 흐리고 추운 날에도 집 안에서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라이프스타일을 배운 것이다. 이를테면, 안온함을 뜻하는 노르웨이어 koselig 은 그들이 긴 겨울을 어떻게 즐겁고 따뜻하게 보내는 지를 보여준다. 자연과 함께 소박하지만 평화롭고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법이다.


노르웨이라는 나라를 단순한 프레임으로 찬양하고 미화하는 것은 지양하고 싶다. 나는 그저 스물넷이 되어갈 때에 내가 그곳에서 어떤 것을 느꼈고, 무엇을 경험하고 돌아왔는지 질적 기록을 남기고 싶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일을 한 것도 아니고, 단지 1년 동안 수학한 교환학생이었을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토록 자유로운 신분으로, 한국에서 비행기로 하루는 날아가야만 하는 미지의 낯선 곳에서, 누구도 나를 알지 못하는 모호한 정체성으로 살아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이지 모험이었다. 


양적으로 남길 수 있는 데이터는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나마 뒤늦게 남긴다. 나의 내면에서 이루어졌던 소용돌이들, 그리고 작게나마 일구어낸 내 마음 속에 작은 숲을. 오슬로의 송스반 호수를 중심으로 하늘을 찌를 듯이 큰 키의 나무들과, 눈 앞에 뒤뚱거리며 지나가는 오리가족.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저 멀리서도 들릴 정도로 고요하고 청명한 공기.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의 소용돌이를 잠재워주는 호수의 물결. 언제나 길이 있음을 보여주는 숲 속의 낡은 이정표들. 밤에는 별이 머리 위에 쏟아져 내려와 바닥에 몸을 누이게 하고, 낮에는 타는 듯이 붉은 하늘에 물감을 푼 듯 아름다운 구름들이 제 멋대로 쏘다니던 그 호수를. 언젠가 다시 떠올렸을 때 내가 그때 일군 마음 속 작은 숲에서 나만의 평화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쓰지는 못할 것 같다. 나는 언제나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은 꾸준히 기록해보는 것에 중점을 두기로 한다. 언제나 가장 무서운 비평가는 나이고, 가장 호의적인 독자도 나임을 잊지 말자. 어쨌든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 곳에서의 느린 삶이 내가 어떤 삶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을 성립하게끔 해주었는지 기록하고 나누는 것이니까. 


March 14, 6:35 AM _ Oslo sognstudentby 

오슬로 송 기숙사 32동 앞에서 새벽 6시 30분에 아이폰으로 찍었던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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