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공부에 관한 미신

『라틴어 수업 』서평

by 산문꾼
edwin-andrade-153753-unsplash.jpg Photo by Edwin Andrade on Unsplash


라틴어 수업.jpg 『라틴어 수업』(한동일, 흐름출판,2017)


“내가 너땐 책을 씹어 먹었다.” “넌 아~무 걱정없이 공부만 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냐?” 공부에 대한 훈수는 다양한 방법으로 누구나 구사할 수 있지만, 잔소리로 들리는 조언은 달갑지 않다. 때로는 공부에 다가가는 방법을 찾기보다, 멀어지는 방법들을 하나씩 지움으로써, 잔소리는 진심어린 조언이 될 수 있다. 이에 적격인 바이블이 있으니, 지금부터 『라틴어 수업』과 함께, 지금껏 그대가 받아들인 공부에 관한 미신들을 지워 나가보자.


미래를 향한 “목표”를 과감히 지우자. 학창시절, 수업이 원만하게 진행되기 위해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자발적 동기를 심어줘야 했다. 급훈이 바로 그 장치 중 하나였다.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은 즐겨라”, “No pain, no gain" 따위의 조언을 한 치의 의심없이 받아들였더니, 그 결과 여전히 나중을 바라보며 공부하고 있다. 취업을 위해, 승진을 위해, 부를 위해, 혹은 자녀의 상위권 획득을 위해 하는 공부는 여전히 달갑게 다가올 리 없다.


『라틴어 수업의』저자 한동일이 말하는 공부의 목표가 새롭다. “사실 언어 공부를 비롯해서 대학에서 학문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양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틀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학문을 하는 틀이자 인간과 세상을 보는 틀을 세우는 것이죠. (중략) 이런 식으로 학생들의 머릿속에 ‘책장’을 마련하는 작업은 이 책장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성찰로 나아갑니다.”


거창한 동기부여를 버리자. 흥미, 적성, 꿈만 찾다가 시작도 못하고 망설였다면, 그런 동기부여는 무책임하다. 이런 맥락에서 “위대한 유치함”이라는 말은 인상깊다. “뭔가를 배우기 시작하는 데는 그리 거창한 이유가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있어 보이려고, 젠체하려고 시작하면 좀 어떻습니까? 수많은 위대한 일의 최초 동기는 작은 데서 시작합니다.(중략) 그러니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분의 마음이 그저그런 유치함이 아니라 위대한 유치함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그의 말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있어 보이려고, 젠체하려고” 시작한 그대의 동기는 전혀 부끄러운 이유가 아니다.


나를 위해 하는 공부를 내려놓아 보자. 지금껏 내가 하는 공부는 “나의 성공”이라는 척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세상은 넓다. 내가 뛰면, 나는 놈은 항상 있는 법. 그 비교 속에서 나는 언제나 뱁새였다. 1등만이 살아남는 프레임 속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1등 때문에 우리는 모두 패배자일 뿐이다. 저자의 말처럼 “공부해서 남주는 시대”가 왔다면 더 이상 패배자는 없다. 나만 생각하기보다 더 많은 사람, 더 넓은 세계의 행복을 위해 자기 능력이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한 차원 높은 가치를 추구했으면 좋겠습니다. 배운 사람이 못 배운 사람과 달라야 하는 지점은 배움을 나 혼자 잘 쓰기 위해 쓰느냐 나눔으로 승화시키느냐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틴어 수업』은 2010년 하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서강 대학교에서 진행됐던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강의를 엮은 책이다. 책 표지에 저자를 소개하는 이력을 보면, 상당히 화려하기 때문에 ‘나와 다른 그들만의 세계에서 펼쳐진 얘기가 아닐까‘라는 선입견이 든다. 하지만 한교수의 강의가 데자뷰로 와닿는 이유는 누구보다 그가 세상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가까이서 고민 했다는 얘기가 아닐까. 이것이 바로 미신이 빠진 공부다. 역사, 문화, 언어를 통해 그가 질문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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