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공부에 관심이 많고, 유투브가 이를 증명해 준다. 이 세계에서는 서울대 공부법, 변호사 공부법, 의대생 공부법, 전교1등 공부법등 고수들의 공부법이 넘쳐난다. 그들의 성취 자체가 증거이고, 넘쳐나는 구독과 좋아요는 이것들을 뒷받쳐준다. 잘 들여다보면 많은 영상들이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정언명령에 뿌리를 둔 채, 그럴싸하게 우리를 설득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공부했으니, 너도 한번 해보렴.'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인터뷰에서 방법론은 설명되지 않았으며, 공부는 공감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경험이었다.
사실, 자신이 공부를 잘하는 것과 공부를 잘하게 된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엄연히 다른 부분이지만 그들의 조언은 당연히 여겨져 왔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요행을 부리지 않고, 우직하게 해야 한다는 그런 맥락이랄까. 수학의 정석을 새카매질 때까지 돌렸다든지(#반복학습) 모르는 부분이 이해가 되기 전까지 잠을 자지 않겠다는 의지(#집중학습)는 마땅한 상식이었다. 반복과 집중은 누구나 얘기할 수 있는 공부법이지만, 누구나 성공하지 못했기에 공부의 벽은 더욱더 견고해진다.
공부는 유전으로 결정될까. 성취하지 못한 사람들의 세상만사 다 살아 본 체념과 타인의 노력을 공감하지 못하는 냉소적 태도는 우리의 사고를 고정시키고, 또 다른 입소문을 낳는다. 선천적 재능이 중요하기에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는 주장은 꽤 유혹적이다. 타고나지 않은 건 어쩔 수 없기에 노력하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을 가려주고, 어루만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공부의 벽은 한번 더 철옹성이 된다.
이 단단한 상식은 하루아침에 쌓인 것이 아니기에, 한순간에 바뀔 수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헨리 리되거, 마크 맥대니얼, 피터 브라운 지음, 김아영 옮김, 와이즈베리」는 인지과학을 교육학에 적응한 연구의 결과물이며, 과학 서다. 과학적 접근은 공부법을 싹 뜯어고쳐야 한다는 급진적 혁명(revolution)을 말하지 않는다. 의심하고, 통계적으로 사고하며, 실험과 연구를 통해 증명한다. 과학적 접근은 서서히 진화(evolution)하는 방법을 말할 뿐이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공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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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듣거나 읽은 것의 70퍼센트를 아주 빠르게 잊어버리고, 30퍼센트는 비교적 천천히 빠져나간다고 한다. 학습방식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망각을 방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인출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백지에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적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는 우리가 돌이켜보며 회상하고(#반추), 추출하는 기억력을 위한 강력한 도구이다. 시험이 가장 대표적인 방법인데, 인출에 익숙해진다면, 더 이상 시험은 스트레스가 아닐 수 있다. 그저 내 기억력을 강화할 수 있는 훈련법이 될 것이다.
헤르반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공신력(?) 있는 집단지성 백과사전 나무위키는 시험기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고등학교까지의 시험기간은 시험을 앞두고 준비하는 기간이지만, 대학시절 시험기간은 말 그대로 “시험”기간이기 때문에 시험 보는 그날만이 시험기간이기도 한다. 불편함을 넌지시 던져주기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나 역시 벼락치기에 익숙했다. 이 방법은 들어가는 것은 많지만 그중 대부분은 바로 나와 버리기에 폭식하고 토하는 식습관에 비유된다. 만약 시간 간격을 두고 몇 번에 나누어 연습하는 방법(#간격 두기)을 파악한다면, 학습과 기억을 강화하며 습관 강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시간 간격을 두고 하는 인출이 번거로울 수 있다. 인출할 때마다 물 흐르듯, 떠오르지 않고, 느린 진도 때문에 조바심을 느끼겠지만, 벼락치기할 때 생기게 되는 익숙함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익숙함이라는 함정은 반복 읽기로부터 생긴다. 같은 교재를 반복해서 읽으면 내용에 익숙해지는 효과가 생기고, 완전히 소화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시험 전날 시험 범위를 5번 이상 정독한 적이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분명 정독이고, 5번 이었다.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했다는 우쭐함을 품고 시험장에 갔다가 그대로 나온 적이 있다. 완벽하게 배웠다는 착각은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한 인식(#상위인지#메타인지#)이 부족한 경우다.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지식은 썸을 타며 거짓 감각으로 우릴 현혹시킨다.
이 거짓 감각을 구별할 수는 없을까? 하나는 앞에서 이미 언급한 간격두기이고, 나머지는 #교차하기이다. 교차 연습에 관한 실험이 흥미로운데, 여덟 살짜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행한 콩주머니 던져 넣기 연습이다. 한 집단은 바구니에서 90cm 떨어진 상태에서만 연습을 했고, 나머지 집단은 60센티와 120센티미터를 오가며 연습했다. 12주 후에 아이들은 9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콩주머니 던지기 시합을 했다. 이 중 월등히 뛰어난 성적을 거둔 아이들은 후자이다. 이들은 60센티미터와 120센티미터를 오가며 연습하고, 90 센터 미터에서는 한 번도 던진 적이 없었다. 연구팀은 교차하기의 효과를 말한다. "변화를 준 연습은 지식을 다른 상황으로 옮겨 적용하는 능력을 향상합니다. 이 능력 덕분에 성공에 필요한 다양한 조건과 움직임의 관계를 더욱 광범위하게 이해할 수 있고, 맥락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으며, 다양한 상황에 다양한 움직임을 연결하여 더욱 융통성 있는 움직임 사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거짓 감각은 구별하는 또 다른 방법론도 있다. 인지 심리학자들은 방법론을 꿰뚫고 있음에도 겸손하다. 본인들 또한 착각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지식의 저주라고 불리는 현상은 자신이 이미 능숙하게 익힌 지식이나 기술을 다른 사람이 처음으로 배우거나 과제를 수행할 때 더 짧은 시간이 걸리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그 외에도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후 해석 편향“, 텍스트에 유창한 것을 내용에 숙달한 것으로 착각하는 ”유창성 착각“. 우리 기억을 주변 사람들과 맞추어 조정하려는 “사회적 영향 효과”,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믿음을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거짓 합의 효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왜곡될 수 있는 기억을 아는 것만으로 우리는 거짓 감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겸손은 과학이다.
끝으로 저자는 어렵게 공부하라고 한다. 쉽고 재밌게 익히면 머릿속에 더 잘 남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인지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바람직한 어려움”을 따랐을 때, 지식이 우리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고 한다. 물론 지식은 언젠가는 잊히겠지만 망각되는 것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찾아내고 인출할 수 있게 하는 단서라는 것이다. 부호화, 통합, 인출을 통해 학습이 일어날 수 있는 원리를 습득한다면, 배운 것을 꺼내쓰는데 훨씬 수월할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문화학자 엄기호의 비평이 냉철하다. 다음은 그의 저서 공부 공부의 한 구절이다.
공부를 하면 좋은 것 중 하나가 복잡한 것을 복잡하게 생각하고 단순한 것을 단순하게 생각할 줄 알게 되는 것이다. 이 둘을 구별 짓고, 각각에 맞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함에도 (얄팍한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단순화하여 명쾌하고 확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미 파악한 독자도 있겠지만, 이 책에는 지금껏 설명한 방법론에 대한 장치가 여기저기 심어져 있다. 과학적 이론을 직접 적용하고 있으며, 추출하고, 간격두고, 교차하기를 통해 독자는 교묘하게 훈련되고, 진화할 기회를 얻게 된다. 과학적 방법론은 경험에 근거한 조언과 다르다. 경험에 근거한 조언이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알았더라면, 계란으로 바위를 치진 않았을 텐데. 이젠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 방법의 변주가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공부는 견고한 진입장벽을 벗겨내기 위한 정성이지 않겠는가. 우리는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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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의 색깔 적용은 발췌문 및 인용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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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헨리 뢰디거, 마크 맥대니얼, 피터 브라운 지음, 김아영 옮김, 와이즈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