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소의 화분과 청소와 전화의 공통점
침대에 누운지 한시간 반쯤 되었을 것이다. 밤의 어둠 속에서 시각이 차단된다. 감각은 귀로 몰린다. 미세한 시계 소리가 증폭된다. 째깍째깍. 60BPM, 1초에 한 박자. 밤의 적막 속에서는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덜 잠긴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일정하게 똑똑 떨어진다. 조금 더 빠르다. 90BPM, 1초에 1.5박자. 래퍼들이 비트에 맞춰 가사를 뱉는다면, 나는 어떤 일화들을 뱉어보려 한다.
사장은 서양난을 선물 받았다. '◻︎◻︎빌딩 신축을 축하합니다. ○○설비 일동' 그는 선심쓰듯 화분을 직원들에게 건냈다. 어느 누구도 관심 따윈 없었다. 돈 벌러 온 사람들은 거래처에 납기일을 맞춰야 했고, 대금결제를 치뤄야했다. 꽃은 조금 시들었고, 지나가던 직원7이 물을 주었다. 두어 번 주었을까. 시간이 더 흘렀고, 결국 꽃은 완전히 시들었다. 그날따라 왜 하필 그게 사장 눈에 보였을까.
"이거 누가 그랬어?"
짜증 섞인 그의 말이 직원들의 귀에 꽂힌다. 마주치지 않으려고 다들 일이 바쁘다. 키보드 소리만이 정적을 메운다.
김주임이 무심한 듯 툭 던진다.
“직원7이 그랬는데요?”
곧 외근 다녀온 직원7이 들어온다.
“다녀왔습니다~ 어?사장님 안녕하세요.”
“너 같으면 안녕하게 생겼냐? 꽃 왜 죽였어? 저게 얼마 짜린지 알어?”
“어..어..그게..그러니까, 죄송합니다.”
회사에선 유사한 일들이 종종있다. 대표적으로 청소가 그렇다. (청소용역을 쓰는 경우는 제외이다.) 매일 먼지가 쌓이고, 쓰레기통이 차고 있다면 누군가는 쓸고 비워야 했다. 직원8은 쓰레기통을 비웠고 자기것만 비우기가 뭐해 동료들 것도 비워주었다.
"고마워."
"올.. 센스있는데?"
처음엔 다들 감사를 표했지만, 이젠 관심도 없다. 자연스럽게 직원8은 청소 담당자가 되었고, 나머지에겐 남의 일이 되었다. 그러니까 근면, 성실 따위의 막연한 칭찬으로 퉁쳐지는것. 하지만 사무실이 더러워지면 명확한 비난거리가 되어버리는 것. 그게 바로 청소다.
"이 주임 고생하네, 오늘은 내가 비워줄께!"
가끔, 아주 가끔 청소 담당자를 돕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호의에 비해 넘치는 생색을 내는놈들을 조심해야 한다.
"이대리님, 여기 잠시만요. 김과장님 오늘은 제가 쓰레기 비워드리겠습니다! 부장님 오늘 완전 깨끗하죠?"
그런 요란함은 지금까지 묵묵히 해왔던 이들의 노고를 당연하게 만든다. 어차피 청소를 하지 않는 이들에겐 매일 하는 놈이나 어쩌다 한 번 하는 놈이나 매한가지일테니, 요란한 이들이 묵묵한 이들보다 더 생색이 난다.
하물며 일은 오죽할까. 전화가 울린다. 일단 직통번호 말고 대표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는 화분과 청소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심지어 담당자를 바꿔 달랬더니, 돌고 돌다가 처음 전화받은 사람에게 연결되는 아이러니. 일터에는 담당자가 없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60BPM의 시계소리와 90BPM의 수도물 소리가 겹친다.
째똑깍똑째똑깍똑째똑깍똑째똑깍똑째똑깍똑째똑깍똑째
아, 물론 내얘기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