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와서 바로 잘거란 욕심
아침이 왔나 보다. 알람 소리가 따갑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나도 모르게 끈 것 같다. 아침 시간은 얼마나 귀한가. 5분 차이로 지하철을 놓치고, 5분 더 자기 위해 아침 식사 정도는 포기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난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며, 5분을 기다린다. 지금 일어나면 왠지 손해보는 것 같은 잔머리가 돌아간다. 어차피 알람은 5분 뒤, 자동으로 또 울릴 것이다. 어찌 보면 알람이란, 깨우기보다 재우기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저당잡고 얻어온 돈을 홀랑홀랑 빼쓰는 채무자처럼, 난 알람시계에 의존하여 5분씩 시간을 빌려오는 중이다.
'지금 자면 적어도 N 시간은 자니까 충분 하겠다.'
이것은 어젯 밤의 계획이다.
'5분만 더 자고, 바로 씻고 가면 충분 하겠다.'
이것은 오늘 아침의 계획이다.
사실 머릿속에 가정법이 그려지면, 그땐 이미 늦었다. 인간의 의지는 생각보다 약하니까. 따스한 전기장판의 품안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쪽 팔은 베개의 푹신함에 붙잡힌 채 널부러졌고, 다른 한 팔은 극세사의 촘촘함에 휘감겼다. 나는 사이렌 앞에서 좌초 중인 메리 호의 조타수를 떠올렸다. 그녀들의 손길을 겨우 뿌리치고 한발 짝 내밀었더니, 한기가 파고든다. 확실히 이불 밖은 위험하다.
하지만 나는 수영장의 경험을 떠올렸다. 발만 담그며 갈팡질팡 거리는 애매함보다 차라리 한 번 춥고 말겠다는 입수가 더 낫다는 걸 알기에, 한 번에 일어난다. 진작에 이렇게 일어날 걸. 그리고 씻으면서 다짐한다. 퇴근하고 와서는 반드시 바로 자리라. 주말이 오면 늦게까지 푹 자리라.
그날 저녁, 난 퇴근하고 와서 바로 자지도 않았고, 주말엔 나도 모르게 6시에 눈이 떠졌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감촉을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