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넘는 일자리
남편과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던 날, 나에게 남겨진 건 감정도, 사랑도 아닌 빚이었다.
몇 번이고 그에게 상황을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돌아온 건 싸늘한 눈초리와 “네가 진 빚, 네가 갚아”라는 차가운 말뿐이었다. 그 말에 담긴 냉정함은 열 마디 욕보다 더 깊게 내 마음을 할퀴었다.
우리가 함께했던 10년의 결혼 생활은 그렇게 끝이 났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결국 돈 때문에 관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뒤늦은 후회들이 밀려들었고, 밤이면 아이들 자는 얼굴을 보며 눈물을 훔치곤 했다.
하지만 울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걸, 더는 나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이제부터는 내 이름으로 된 빚을 내가 책임져야 했다.
지출은 숨을 쉬듯 빠져나가고, 고정비는 날 조여왔다. 이자까지 합쳐서 매달 빠져나가는 금액을 생각하면, 단순한 파트타임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장기적인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하교 후 잠시 기다리게 되는 건 미안했지만, 지금은 급한 불을 먼저 끄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래야 아이들도, 나도 조금은 평온한 삶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
다행히 어렵게 구한 하루 8시간짜리 일자리가 생겼다.
짧은 휴식 시간조차 온전히 앉지 못하고 서 있는 건 체력적으로 벅찼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루하루 빠져나가는 돈을 감당하려면, 힘들어도 버텨야 했다. 아니,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니 조금은 숨통이 트였다.
몸은 피곤했지만,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새우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제는 일찍 일어나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괜찮아. 이 또한 지나갈 거야. 오늘도 잘 해보자."
혼자가 된 지금, 모든 선택의 무게는 오롯이 나에게 달려 있다.
하지만 그 무게를 이겨낼 수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내가 지켜야 할 아이들, 그리고 나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막막하고, 가끔은 울고 싶을 때도 많다.
하지만 나의 하루하루는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
내가 선택한 길을 믿으며, 오늘도 나는 내 몫의 삶을 살아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