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must look up now!!'
지난주 일요일 희망공간텃밭 감자를 캤다. 해마다 감자캐는 날을 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올 해도 마찬가지다. 3월 하순에 심은 감자이니 6월 말, 하지 전에 캐야 한다. 감자의 생장을 생각하면 그렇다. 그러나 그것 말고도 고려할 점이 있다. 바로 장마다. 감자가 장마비를 맞으면 그것으로 폭망은 뻔하다. 비를 맞은 감자는 장마후 오늘 찜통 더위에 삶아지듯 상하게 된다. 감자캐는 날은 장마예측과 감자작황 상태를 줄다리기해서 정하게 된다.
텃밭 농사를 지어보니 날씨의 변화에 더 민감해진다. 단순히 날씨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의 문제다. 단순히 비가 많거나 무덥거나 하는 날씨의 변화는 농사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비가 내리지 않아야 할 때 비가 내리거나, 요즘처럼 너무 더운 날이 계속되는데, 저녁 날씨는 선선하거나 하는 것들이 바로 수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기후 문제는 농업과 물 부족 등 생존의 문제와 연결될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불안 요소가 된다. 2010년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주의를 이끌었던 아랍의 봄도 결국 기후변화 특히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이 원인이었다, 중동과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중국도 엄청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50도를 넘나드는 온도 탓으로 아스팔트가 녹아내리고 몇 달째 비가 내리지 않아 식수 부족에 시달리고 농사를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한편으로 올해는 예년에 비해 바닷물 온도가 2~3도 정도 높아짐에 따라 엘니뇨 현상이 심해지고, 태풍 등의 더 강력한 기상현상이 예상된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농업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고, 식량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엄청난 온실가스를 내뿜는 산업자본을 지목하며 자본주의 자체를 문제로 삼는 것이 하나의 경향이 되었다. 그러나 만약 자본주의의 산업화와 비료와 농약, 품종개량 등의 농업혁명이 아니었다면 지구의 인구 대부분은 굶주림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고 있는 엄연한 사실과 함께, 그 굶주림의 원인은 생산력으로부터 오는 그것이 아니라 대부분 불평등한 국제정치 질서에서 비롯되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기후 위기의 본질은 기후 위기로부터 이익을 보는 세력과 그로부터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다르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과거와 현재의 탄소배출자들은 탄소배출의 과실을 누리지만 그 대가는 후대세대가 져야 한다, 선진국은 과거에는 엄청난 화석연료를 직접 소비하고 현재는 제삼 세계에 탄소발생산업을 전가시키면서도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피해에서 벗어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부유한 사람들은 안전한 주거시설에서 사시사철 쾌적한 생활 조건에서 안전하게 보내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원인과 결과가 유리된 불균등한 현실로부터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민주주의의 왜곡이 만들어진다. 기후 위기로부터 생존을 위협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정치에 반영되지 못하고, 탄소배출 산업을 지속함으로써 이익과 권력을 독점한 세력들의 목소리만이 정치에 반영되고 있다. 그래서 기후 위기의 진짜 위기는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정치구조가 문제다. 오늘날 지구상의 과학기술과 자본력 등 모든 능력은 지금의 위기를 파국에서 벗어나 공존의 터전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왜곡된 민주주의가 진짜 문제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기후 위기 원인과 탄소중립 실천, 생태 전환 등을 주로 전해주게 된다. 그러나 그에 선행해서 우리가 모두 당사자이고 주체이며 바꿔낼 수 있는 존재들임을 알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Don't look up' 할 때, 'No We must Look up now!!' 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시민이 지금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생태 시민의 목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