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되어가는 공동체를 만나기.
18회 동네장날을 마쳤다.
18년 동안 한 행사는 아니지만 10년 넘게 계속되는 행사이다.
작은 마을 놀이터 하나를 채울까 말까 하는 행사였지만
이제는 넓은 광장하나를 다 사용하는 행사로 바뀌었다.
행사의 규모가 커졌지만 규모의 변화 말고, 달라지는 내용들이 적지 않다.
벼룩시장 참가자가 확 줄었다. 예전에는 번호표가 40번대를 넘어설 정도로
개인시장 참가자가 많았었는데 작년이나 올해나 15번을 넘기지 못한다.
작년에는 홍보가 부족한 탓이라 생각했는데
올해 준비과정을 보니 몇가지 홍보 후에도 별로 반응이 없었다.
공동체에 나서서 참여하는 분위기가 약해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는 '당근' 때문이라고 한다.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참여가 많이 줄은 것은 꼭 당근 탓이라하기에는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다.
전에는 작은 엠프하나 갖고 했었지만 지금은 음향전문가가 음향세트를 설치하고 스텝을 준비해야
운영되는 행사로 바뀌었다.
전에는 동네 지역아동센터, 마을 동아리들이 참가했었다.
올해는 그나마 초등학교 댄스동아리, 줄넘기 팀, 웈쿨레레 동아리들이 참여했다.
많은 행사들이 부스참여자, 공연 출연자 들에게 사례를 하고 진행한다.
우리의 경우는 유급으로 사례를 하는 경우보다는 순전히 자원봉사로 진행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유급으로 뭔가 보상을 할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그럴수 없으면 봉사를 요청드려야한다.
우리 동네 장날은 대부분 봉사로 진행된다.
누군가 댓가 없이 많은 이들에게 유익한 일을 하기위해 나서는 것이 공동체를 지키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공동의 이익이 내 개인적인 이익에 앞설수 있다는 것이 공동체라는 것이다.
뭔가 노동을 하고 댓가를 받지 않으면 손해보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 세상 통념이다.
그러나 그 댓가가 나에게만 온전히 귀속되지 않더라도 공동의 이익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할수 있는 것이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충분한 예산없이 사엄을 치루는 입장에서 부담을 갖고있지만
매번 다른 공동체의 모습을 함께 만들어 주시는 분들덕에 행사가 계속될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공동체는 공동체를 경험하고 그것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을때 유지된다.
누구나 자기 이익만 앞세우면 공동체는 존재하지 못한다.
사회를 공동체로 보지 않고 개인과 개인의 경쟁과 우열로 가르는 시장자본주의의 질서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예외적 공간, 해방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가 계속하고 있는 '동네장날'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동네장날 #마을행사 #마을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