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재산 몸에 대한 생각
지난주는 거의 1주일을 야간 라이딩을 하지 못했다.
이유는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다.
금요일 밤에는 자전거를 고치느라 새벽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자전거 앞 뒷바퀴 모두 브레이크 속줄이 단락 되어 위함 요소가 있었다. 오르막 길은 힘들어도 위험하지는 않다. 하지만 내리막 길은 편하게 속도를 내주는 대신 위험하다. 특히 야간 라이딩 때에는 어둠 속에 어떤 위험물이 놓여 있는지 알 수 없다. 야간에는 내리막 길에서 속도를 가능한 줄인다. 가능한이라는 것은 돌발 상황시 즉시 멈출 수 있는 상태다. 그래서 브레이크는 중요하다. 내 자전거는 디스크형 브레이크라 브레이크 패드가 마모되면 브레이크를 잡아도 멈추지 않고 미끄러진다. 앞 뒷바퀴 전부 라이닝 패드를 교체했다. 브레이크는 중요하다. 브레이크에 대해 믿음이 없다면 속도는 금물이다.
새벽까지 서투른 솜씨로 브레이크 속선과 브레이크 라이닝 패드를 겨우 교체했다.
브레이크 속선이 정확하게 결속되지 않으면 와이어가 절단된다. 처음에는 값싼 중국산이기 때문에 그런 줄만 알았다. 요즘 브레이크 속선을 포함한 스테인리스 와이어들 가격이 1000원대다. 너무 저렴하기 때문에 와이어가 자주 끊어지고, 위험하다 느꼈다. 그래서 이번에는 큰맘 먹고 좀 비싼 녀석으로 교체했다. 자전거 전문몰에서 중간 가격 제품으로 교체한 것이다. 그런데 요놈이 채 10일도 되지 않아 반가닥이 끊어져 나머지 반정도만 겨우 붙어 있었다. 아. 대만제 와이어도 이렇게 잘 끊어지네?? 하지만 너무 짧은 기간이었다. 이렇게 빨리 끊어지는 게 정상이라면 애초에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순간부터 나의 결론, 즉 싸구려 제품이 문제라는 결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혹시 내가 결속한 방법에 문제는 없었는지, 왜 와이어가 그렇게 일찍 결단 났는지 추리를 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정확하지 않은 결속이 문제였다. 브레이크 와이어가 레버를 당길 때. 구동축과 한 몸이 되어 움직이면 마모가 일어나지 않는데. 그러나 결속이 느슨하면 느슨할수록 와이어의 마모가 많아진다. 결국 아무리 좋은 와이어로 장착한다고 해도 정확히 결속하여 한 몸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면 와이어는 버틸 수 없다.
이런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결속을 더 단단하게 작업했다. 작동을 반복해도 결속 부분이 풀리지 않도록 애초부터 운동방향에 여유를 주고 결속했다. 이렇게 작업을 마무리하니 새벽 3시를 훌쩍 넘겨버렸다.
그날은 오전 6시부터 공동 텃밭 작업이 있는 날이다. 가을배추 농사를 위해 로터리 작업을 해야 하는데,
트랙터작업 전에 밭에 퇴비를 도포해야 한다. 로터리 작업할 밭은 대략 5평 정도. 트랙터 일정 때문에 새벽부터 작업하기로 한 것이다. 아무튼 자전거 수리를 겨우 마무리하고 자리에 누우니 4시.. 채 2시간을 누워있는 둥 마는 둥 하고 텃밭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텃밭 작업까지를 하고 나니 온몸에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듯했다. 또 다음 날은 비닐 씌우기 작업.. 그렇게 며칠을 무리하게 달리고 나니, 신체 균형이 무너졌다.
몽롱한 상태로 낮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해야 할 업무들은 계속 쌓이고, 피로도 그만큼 함께 쌓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1주일은 라이딩을 쉴 수밖에 없었다.
때론 생각한다. 야간 배달 라이딩을 유지하는 힘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그것은 내 삶의 일부를 갉아서 할당하는 것일지 모른다. 적응이라는 것도 결국 다 똑같다. 갈아 넣는 과정에 익숙해진 것이지. 한 마디로 일상에서의 경쾌하고 활력 넘치는 생활 에너지중 일부를 라이딩에 할애하는 것이다. 너무 과하면 일상의 벨런스가 무너진다. 주업으로 배달 라이딩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상의 벨런스가 무너지고 심지어 건강에도 무리가 된다면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아무튼 무엇인가 추가적인 결과물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무엇이든 투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이를 먹어가니 억지로 무언가 얻어 내기 위해서 고군분투, 악전고투하는 일상이 좋은 선택이 아닌 것이라 여겨진다. 악다구니로 나를 채찍질해가며 피로와 싸우고, 눈에 핏발이 선채로 살아가는 삶은 결국은 나를 갉아먹는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부드럽고 잔잔하게 흐르는 듯해야 두루두루 주변도 살펴볼 수도 있고, 외부의 자극들에 대해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는 힘도 생긴다. 무엇보다 삶은 풍족하던 그렇지 않든 삶 속에서 여유를 느끼고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억지로 무언가 해보겠다고 달려들어서 나의 삶을 건조하고 황량한 것으로 만들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일주일을 쉬었다. 뭐 엄청난 목표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런 쉼조차도 뭔가 잘 못된 것 같다는 압박감 따위는 그냥 버려버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