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강이라고요?

그게 뭔데요

by Anna

03 헬스 PT 받기


작년 말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고 '내년에는 꼭 살을 빼야지-' 다짐했었다. 연초에 실연의 아픔에 허덕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눈을 떠보니 꽃피는 춘삼월이 되었다.


'때가 되었구나'

퇴근 후 회사에서 3분 거리에 있는 헬스장에 갔다. 인바디를 쟀는데 결과는 생각보다 처참했다.

근력이 적을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상체 근육량은 모두 표준 이하고, 복부 체지방량은 표준 이상이었다. 상담 내내 결과지에 눈을 뗄 수가 없었고, 헛웃음이 나왔다. '나 정말 행복한 돼지였잖아..?'


헬스 PT(personal training) 가격은 생각보다 비쌌지만 동생과의 내기로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총 50회에 300만 원. 6개월 뒤 내기를 성공하면 100만 원 환급, 실패하면 두배인 600만 원 환급의 조건이었다.


PT 첫날 트레이너 쌤이 말했다.

"회원님 인자강이네요"

인간 자체가 강한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난생처음 해보는 헬스는 생각보다 체질에 맞는 듯했다.

2주 만에 체지방만 4kg이 빠질 정도로 효과도 좋았다. 물론 그만큼 식단도 철저하게 지켰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술도 끊고, 평일 저녁-주말 할 것 없이 헬스장에 출근했다. 몸은 가벼워지고 에너지는 넘쳤다. 나중의 후폭풍은 예상하지 못한 채로 운동에 매몰되었다.


두 달만에 몸무게 앞자리 4를 찍고, 동생에게 중간점검 선물로 갤럭시 버즈 프로를 받았다. 세상 모든 것이 다 내뜻대로 되는 듯했고, 변화된 내 모습에 자극을 받은 주변 지인들이 운동을 시작했다. 건강했고, 행복했다.

그러나 이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여름이 되고, 유지기간이 길어지니 서서히 지쳐갔다. 식이 강박이 생겨 어느 순간 먹고 운동하고, 더 먹고, 더 운동하고를 반복했다. 몸무게는 다시 늘어가고, 줄어들었던 바지 사이즈는 거짓말처럼 제자리를 찾아갔다.

길고 길었던 50회의 PT는 12월 16일, 오늘 드디어 끝이 난다. 동생과의 내기는 결과적으로 지고 말았다. 이것을 인정하기까지 너무 긴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거니까.

운동을 시작하고, 목표를 달성하고, 유지를 실패하고, 결과를 부정하고, 스스로 다독이고, 서서히 나아지는 지금의 순간까지 겪지 않았으면 몰랐을 거니까.


"고생했고, 멋있다. 기특하고, 고맙다."

운동과 식단을 통해 겪어낸 강박증과 심리문제는 다른 챕터에서 더 자세히 다뤄볼 예정이다. 잘 마무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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