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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Jan 01. 2024

매일 종달리로 출근합니다.

2024.01.01.

종달리를 아시나요? 제주도 동쪽 끝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요. 아마 다들 성산일출봉은 아실 텐데요, 그 일출봉이 가까이 보이는 곳이랍니다. 저는 제주도에 살아요. 부럽다고요? 네, 저도 가끔은 이곳에 사는 것이 신기해요.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진 않았어요. 6년 차 제주 이주민이랍니다. 참 우습게도 찐 도민들에게 저 같은 (소위 육지) 것들은 이주민으로 통한답니다. 사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주소지를 제주도로 이전 한지 꽤 되었지만, 제주도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다들 해녀는 잘 아시겠지요? 저는 제주도 종달리에서 해녀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어요. (아쉽게도) 해녀지망생은 아니에요. 이주 3년 차쯤에는 해녀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어요. 해녀학교에 지원서도 내보았는데 결과는 서류 광탈. 해녀는 그렇게 쉬운 직업이 아니랍니다.


저는 해녀의 이야기를 공연과 음식으로 전하는 로컬 스타트업 기업에서 일을 합니다. 제가 사는 제주 시내에서 직장까지는 차로 편도 50분 거리예요. 별로 멀지 않네,라고 느끼시는 당신은 제주도 사람이 아니시군요? 제주도 분들에게 <차로 1시간 거리>는 꽤나 먼 거리를 의미해요. 제주시에서 서귀포시까지 넘어갈 수 있는 시간이거든요. 저에게도 짧은 시간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반이 넘게 잘 다니고 있는 걸 보면 저는 제 직장을 아무래도 좋아하나 봐요.  


일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고 해요. 저에게 직업이란, 아직 찾지 못한 보물지도 속 원피스 같은 존재였어요. 세상에 쓸모 있는 인간은 되고 싶은데, 어떤 일을 해도 보람이 적고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다행히 지금 다니는 곳에서는 원피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개 속 진주를 찾는 정도의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해녀의 삶과 비유하자면, 뿔소라를 캐러 들어갔는데 자연산 전복을 잡은 기분이랄까?


저는 내일도 뿔소라와 전복을 잡으러 종달리로 출근합니다. 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저를 팔로우해주세요. 제주도 동쪽 끝 마을, 종달리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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