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오려고 불어를 배웠는데

파리의 안나 05-1

by Anna

날씨가 무척이나 좋아 보여서 센강을 거닐 기로 했다. 유명한 퐁네프와 예술의 다리에 가려고 길을 찾고, 숙소를 나섰는데 햇볕이 굉장히 뜨거웠다. 하필이면 오늘 패션을 블랙으로 맞추는 바람에 모든 빛을 내가 다 흡수하는 기분이 들었다. ‘Pont neuf’ 역에 내려서 사진을 찍는데, 잠깐 서있어도 금방 몸이 뜨거워져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저 멀리 보이는 예술의 다리도 한 장 찍고, 다리 밑으로 내려가 앉아 쉬다가 강가를 걸었다. 지도를 보니 뤽상부르 공원이 가까워 보이기에 아래쪽으로 쭉 걸어갔는데 가도, 가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지하철역을 발견해서 보니까 ‘Sévres babylone’ 역이었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걸어온 것이었다. 내가 그렇지 뭐.


뤽상부르는 우선 보류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서 노트르담 역에 내렸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찾아가는데, 또 방향을 모르겠어서 무작정 걸었다.


배가 고파서 빵이라도 하나 사 먹으려고 했는데 주변에 빵집이 없었다. 진짜 골목 사이사이를 뒤져서 하나 발견했는데, 먹고 싶은 케이크의 이름이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결국 마담에게 “This one.”이라고 말해버렸다. 마담은 내 짧은 영어가 예의 없다고 느꼈는지 표정이 안 좋았고, 포장도 느릿느릿했다. 돈을 지불하고, 거스름돈을 받아 나올 땐 “Merci”하니 조금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프랑스에 오려고 불어를 배웠는데, 왜 되지도 않는 영어가 먼저 떠오르고, 입 밖으로 먼저 튀어나올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무튼 길을 걷다 발견한 분수대 앞에 앉아 케이크를 먹고, 다시 재충전하여 노트르담을 찾아갔다. 정말 멋있었는데, 너무 더웠다. 우선 사진을 몇 장 찍고, 그늘에 가 앉아 쉬었다. 안에 들어 가보고 싶기도 했지만 줄이 끝이 없었고, 뜨거운 햇빛 아래에 서 있을 자신이 없었다. 한참을 쉬다가 다시 뤽상부르 공원으로 가기 위해 RER을 탔다.

뤽상부르 역에 도착해서 공원 안으로 들어갔더니 사람도 많고, 나무도 많고, 의자도 많고, 정말 좋았다. 그런데 목이 말랐다. 지도를 보니 모노프리가 가까이 있었다. 불안했지만 지도를 보며 쭉 걸어갔고, 역시나 길을 잘 못 들었다. 겨우 제대로 된 방향을 알아내서 쭉 걸어가는데, 옆으로 소르본 대학교가 보였다. 우연히 발견한 것 치고는 멋있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햇살 좋은 날이면 남녀 구분 없이, 장소 상관없이, 옷을 벗고 선탠을 한다. 잠깐 그늘을 벗어나도 더운데, ‘쟤네는 안 덥나?’ 생각하며 난 그늘에 앉아 있었다. 날씨가 진짜 좋긴 좋았다. 오늘 저녁에는 룸메 언니랑 바토무슈를 타기로 해서 한참을 쉬다 숙소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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