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안나 14-2
누군가 비누 방울을 가득 불고 사라져서 잠시 동화 속에 온 기분도 들었다. 여기저기 까르르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은 즐거워하고, 나도 역시 즐거웠다. 놀이기구 구경을 마치고 또 길을 따라 쭉 걸으니 큰 분수대가 나왔다. 파리에는 분수가 많아서 좋다. 나도 분수 가장자리에 의자를 놓고 앉아 다리를 펴고 쉬었다. 마침 해가 비쳤는데, 잠깐 사이에 다리가 타는 듯 뜨거웠다. 하지만 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꽤 오래 버텨냈다. 오랜만에 받는 햇빛이라 더 반가운 것도 있었다. 한참 쉬다가 보니 앞으로 또 옆으로 멋있는 건물들이 보였다.
설마 저게 루브르고 저건 오르세인가 싶어 걸어가니 역시 맞았다. 난 쉬러 왔을 뿐인데 눈앞에 루브르 박물관이 있고, 옆으로는 오르세 박물관이 보이다니, 정말 난 멋진 곳에 살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카루젤 개선문도 지나고, 유리 피라미드도 봤다. 유리 피라미드는 생각보단 덜 반짝였다. (해가 덜 비쳐서 그런가?) 루브르는 내가 다시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꼭 가볼 곳이다. 그전에 미술 공부 엄청 해서 가야지. 모르고 보는 건 이제 지쳤다. 알고, 느끼고, 보고 싶다. 그렇게 잠시 루브르 앞 분수에서 시간을 보내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지하철로 가는 길에 비둘기 아저씨도 봤다. 비둘기 수십 마리를 마치 자신의 애완동물 인양 이끌고 다녔다.
저번에 비가 와서 보지 못했던 오페라로 향했다. 내리자마자 어디선가 들리는 노랫소리를 따라가 보니 키가 작은 한 외국인이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있었다. 목소리도 너무 좋고 가창력도 대단해서, 한참을 떠나지 못하고 그의 노래를 감상했다. 여태까지 내가 봐왔던 많은 거리의 악사들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그래서 가난한 워홀러의 동전 지갑을 열어 겨우 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소중한 동전 몇 개를 건네고, 오페라 사진을 찍은 뒤 다시 지하철에 올랐다.
더우니까 아이스크림 먹어야지. ‘Pont marie’ 역에 내려 저번에 못 간 베르티옹 본점에서 초코 맛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정말 진하고 달았다. 저번에 먹었던 배 맛보다 훨씬 맛있었다. 역시 쇼콜라는 실패할 수가 없다니까.
오랜만에 많이 걸었더니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가다 보면 지하철역이 또 나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리 밑으로 내려가서 이리저리 걷다 보니 노트르담 대성당의 뒤 쪽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노트르담 인지도 모르고, 이게 생 샤펠인가? 싶어 마구 사진을 찍었는데 익숙한 앞모습을 보고는 내 무식함에 탄식이 절로 나왔다.
아무튼 무사히 RER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저녁밥이 여기서 먹는 마지막 저녁밥이구나. 많이 먹어야지. 내일 무사히 이사를 갈 수 있도록! 비가 내리지 않도록! 기도하며 잠에 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