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안나 25
느지막한 오후 라데팡스로 향했다. 3존이라 추가 요금 때문에 못 가는 줄 알았던 라데팡스는 메트로를 타면 2존으로 적용이 되어 1-2존 나비고로 가능하다고 한다. 라데팡스에 내려서 저번엔 비가 와서 못 봤던 최신 건물들을 구경하기 위해 구개선문 방향으로 쭉 내려갔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회사원들이 많았다. 정말 멋진 신식 건물들을 보며 잠시 서울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파리답게 어딜 가나 분수대와 공원이 있었다. 나도 발을 담그고 싶었지만 다들 쌍쌍이 와서 이야기를 하거나 무언가를 먹고 있기에 그 사이에 들어가기엔 뭔가 더 소외감이 들 것 같아 그냥 계단에 걸터앉아 멀리 자리한 구개선문을 바라보았다.
정말 좋다. 어딜 가나 보이는 에펠탑도 좋고, 그냥 여기 살고 있다는 거 자체도 좋고.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오랜만에 에펠탑을 정면으로 바라보기 위해 트로카데로에 갔다. 샤요궁 광장 모퉁이에선 언제나 그렇듯 길거리 공연이 한창이었고, 광장 정 가운데에 사람들이 몰려 있기에 가보았더니 한국인들이 팔찌와 부채를 만들고 있었다. 무슨 이벤트인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교회에서 봉사나 홍보를 나온 듯했다. 그들을 스쳐 지나가 시원하게 물을 뿜는 분수대를 바라보는데 무지개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얼른 사진을 찍고 에펠탑 앞으로 갔다.
어제 내렸던 곳 반대편에서 72번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혼자 셀카도 마구 찍고. 그런데 퇴근길 버스는 지옥이었다. 사람도 너무 많고 길도 많이 막혔다. 결국 기사가 중간에 뭐라 뭐라 하는데 승객들이 다 내리기에 나도 따라 내렸다. 콩코드 광장에서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데 공사 중이라 그런지 원래 그런지 몰라도 횡단보도와 차도가 제대로 구분되어 있지 않아 굉장히 위험했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해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도착해서 씻었다.
생각해보니 나 올해 계속 운이 좋았어. 1월부터 시작해서 여기에서 살고 있는 지금까지! 그니까 이제 그만 우울해야겠다. 기분이 좋아서 맥주를 2캔이나 마셨다. 어지럽다.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