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미 노트 Jun 07. 2023

가상 세계에서 찾은 현실

책, 레디 플레이어 원

번역서
· 제목 - 레디 플레이어 원
· 저자 - 어니스트 클라인

원서
· 제목- Ready Player One (2015)
· 저자- Ernest Cline



적은 분량의 소설은 아니지만 두 번이나 읽을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가 되었다.

가상세계를 다루는 이 소설은 미래 먹거리를 찾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선택한 책인데,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가치관을 정리하고 행복을 언제 어디에서 찾는지 고민할 수 있었다. 읽고 나면 누군가와 토론하고 싶은 흥미로운 주제가 많다.


작년까지 자주 이슈가 되었던 메타버스는 올해 조금  조용해졌다. 기대와 투자에 비해 결과를 누려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고, 이제는 굳이 이슈로 올리지 않을만큼 당연한 주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웹3.0, 블록체인, 메타버스까지 하나로 묶어서 논의되기도 했는데, 독서 토론에서는 이런 기술의 편리함 뒤에는 숨겨진 권력 구조가 등장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인 전망을 종종 듣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보이는 세력이 등장하며, 오랜 경기 침체로 부와 교육 수준의 양극화가 심화되어 권력을 쥐고 있는 집단에 노예화되기 쉬운 상황을 묘사했다. 더욱이, 이로부터 피해갈 방법조차 없다고 보여진다.


이와 같이 어두운 사회 배경에 발랄한 1980년대 대중 문화가 얹어졌다. 나는 영화에서도 소설에서도 왜 1980년대의 문화를 끌여들였는지 완전한 답을 찾지 못했다. 저자가 그 문화의 오타쿠였다는 것이 시작이겠으나, 책에서 묘사하는 1980년대 대중문화는 그 당시 신선한 발견이면서 소박한 즐거움을 추구한 수단으로 보여진다. 2045년의 복잡한 가상세계의 전투 끝에 전달하는 메세지도 그런 것이다. 현실에서 즐거움을 찾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불만을 강요한다. 생산적이지 않으면 성실하라고 하고, 성실하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심을 던진다. 심지어는 쉬는 시간에 쓰는 내 글도 자기개발에 도움되는 독서를 매개로 생산적인 휴식을 쫓는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자. 내일 다른 세계에서 행복하려고 오늘이 힘들었는지. 책을 다 읽고나면 "오늘+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 잠시나마.




책 속의 글과 메모


◾️쉽게 지배되고 만들고 지워지는 신분

▪ 52p 대부분의 건터들이 그렇듯이 나는 IOI가 오아시스를 장악하려는 음모에 치가 떨렸다.
▪ 429p 브라이스 린치의 정보를 싹 지우고 원본 파일에서 지문과 망막 패턴을 복사해 넣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잠시 뒤 데이터베이스에서 로그아웃하는 순간 브라이스 린치라는 사람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웨이드 와츠가 되었다.


◾️모두가 같은 양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지만 교육의 질까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책에서는 가상세계에서 모두가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것처럼 설명하다가,  현실 교육에서 밀려난 아이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한다.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27p 가난한 아이도 모든 책이나 디자인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72p 세계사 시간에 아베노비치 선생님은 단독 시뮬레이션을 로딩해서 서기 1922년 이집트에서 고고학자들이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하는 현장을 보여주었다.
▪49p 현실의 공립학교들은 예산 부족과 정원 초과로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진 지 오래였다. 이제 더 많은 하교들의 상황이 더욱 나빠지게 되자 학교 측에서는 뇌가 반만 돌아가는 평범한 학생은 다 붙잡아 집에서 나오지 말고 온라인 학교에 다니라고 설득하고 있었다.



◾️ 사회와 경제는 성장과 침체를 반복된다고 생각한다. 소설과 영화는 극적인 배경을 위해 어두운 면만 강조한 것이겠지?! 부정적인 시각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디스토피아적인 면을 부각해서 읽을 것 같다.

▪30p 솔직히 말해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넌 하필 역사적으로 가장 쓰레기 같은 시기에 태어났어. 지금부터 더 나빠질 게 뻔해. 인간 문명은 '쇠퇴' 중이야. 어떤 사람들은 '붕괴'중이라고까지 말해.
▪78p 수백만 명의 대학 졸업장이 있는 어른들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대불황이 이제 막 21년째로 접어들었고 실업률은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몇 군데 가벼운 웃음 포인트가 있는 책인데, 내가 아이러니하다 느낀 부분은 주인공의 '꿈'이다. 주인공은 퀘스트를 완수했을 때 꿈에서 다시 전투하는 꿈을 꾼다. '진짜 현실 - 가상 세계 - 꿈'. 이런 3가지 구도가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사람들이 도피한 가상 세계도 '꿈'일 뿐이다.

▪170p 꿈을 꿈었다. 초토화된 전장의 한복판에 여러 부대가 도열해 있었다....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내 손아귀에서 유리알을 뺏길 때까지 꿈은 계속 이어졌고 내 몸이 갈가리 찢기는 느낌은 너무나 생생했다.


◾️주인공은 목표가 뚜렷한 오타쿠이며 그가 선택한 가상 세계지만 외로움을 종종 자각한다. 스스로 세상과 단절을 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그들에게도 세상과 다시 연결될 기회가 있길 바란다.

▪ 287p 현실의 나는 사회성이 결여된 은둔자일 뿐이었다. 진짜 친구도, 가족도, 사람의 온기도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만남도 없이 집에만 틀어박힌 광장 공포증 환자일 뿐이었다. 그저 그럴듯하게 미화된 비디오게임이나 하면서 인생을 낭비하는, 갈 곳 잃은 서럽고 외로운 영혼일 뿐이었다.
▪342p 맥스가 이미 했던 말을 반복하기 시작했을 때 내가 다른 사람과 대화 중이라는 착각은 무참히 깨졌고 훨씬 더 큰 외로움이 밀려왔다. 하늘이 무너져 내린 것 같은 절망의 순간에 말을 할 상대가 가상비서뿐이라면 그 인생은 완전 쓰레기였다.


◾️우리는 똑똑해지지 않고 있다...

▪299p 몇 시간을 기다려서라도 기술지원 상담원의 손을 빌려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런 하나같이 멍청한 꼴통들은 항상 수백 명씩 대기 중이었기 때문이다. 왜 귀찮게 인터넷을 검색한단 말인가? 다른 누군가가 얼마든지 고민을 대신해주는데 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겠는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동명 영화가 있다. 저자가 영화 각색에도 참여해서인지 소설과 영화의 큰 맥락은 비슷하다. 그래도 보통은 책이 영화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가지며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어서, 영화를 본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