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먹는 키티구구
식빵에 쨈과 와사비 마요네즈
어제 퇴근길에 오랜만에 식빵을 샀다.
식빵을 빵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역시 어릴 적 입맛 때문이다.
어린 시절 식빵은 엄마가 없는 방과 후 집에서 먹는 간식이었다.
쨈보다는 케첩이 더 좋아서 그걸 많이 발라 먹었던 시절이었다.
하얀 우유 식빵에는 건포도가 꼭 들어가 있었는데, 그걸 떼서 먼저 먹기도 하고,
그게 좀 지겨워서 옥수수 식빵을 먹기도 했다.
이제는 건포도가 알알이 박혀있는 식빵을 볼 수 없지만, 가끔 그립다.
달콤하면서 살짝 쇤 맛 같은 독특한 맛이 입안에 퍼지면 얼굴이 좀 찌푸려지기도 했다.
식빵에는 쨈과 버터일 수도 있지만, 계란 프라이가 빠질 수 없지.
오늘 아침에는 계란 프라이를 하기 싫어서 쨈과 와사비 마요네즈를 발라 먹었다.
와사비 마요네즈는 얼마 전에 사서 기대보다 별로이긴 하다. 이걸 왜 만들었나 싶다.
그래서 아주 조금 발랐다. 쨈 맛이 더 강할 정도로 살짝 와사비 마요네즈를 발랐다.
버릴 수도 없고, 양이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 오래오래 먹을 것 같다.
쇤 맛은 쉰 맛으로 보면 된다. '쉬다'의 강원도 방언이 '쇠다'이다.
어린아이에게는 순한 맛이 맞지 강하거나 찐한 맛은 좀 힘들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집에서는 나이가 든 어른들이 있기 때문에 누가 일일이 챙겨주지
않으면 어른들 입맛에 아이가 맞춰줘야 할 일이 빈번하다.
요새는 인스타그램을 보면 돌도 안 된 아기에게 시큼한 레몬이나 리임을 잘라서
주는 걸 본다. 작은 손으로 그걸 쥐어서 입앗에 넣은 아기는 오만상이 다 찌푸려든다.
내가 봐도 그 표정이 우스운데, 아기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뭐, 못 먹는 것도
아니니까 입맛 공부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나는 중학교 시절에 비염이 심해서 아주 쓰고 걸쭉한 한약을 많이 마셨다. 이건 뭐
내가 명칭 하기로는 '콧물탕'이다. 그 정도로 비위가 상하는 한약을 마시느라 내 혀는
엔간해서는 맛에 있어서 거리낌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심심하거나 순한 맛도 좋아한다. 나는 그걸 깔끔한 맛이라고
말하고는 하는데, 커피는 특히 그렇게 마시는 걸 좋아한다. 다크하지만 깔끔하게.
혹은 신맛이 있지만 시원하게-그래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데, 특히 아프리카 원두가 딱이다-그 정도로 맛에 있어서는 극과 극을 달리는 것 같다.
여러분의 어릴 적 입맛은 어땠나요? 또 지금 현재의 입맛은 어떤가요?
건포도가 든 식빵이 다시 나오면 좋겠다. 만들어 주세요!
오늘 키티구구가 주문하 것은 '쨈과 와사비 마요네즈 바른 식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