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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Apr 09. 2024

두 갈래의 길

집을 나왔다.

노트북이 걸렸다.

다음날 학교에 갈 아이들의 준비물과

입을 옷이 걸렸다.

밥은 어떻게 먹긴 하겠지?

...

나 없이도,

그럴 수 있을까?


그렇지만 저 삶은 내가 아닌걸.


되지 않는 헌신은

희생이 되어 가식적인 걸.


독이 되어 찌르는 아픔은

너무 매워 감각 없이 멍이 드는 걸


나로서 살아야 한다. 

돌아가지 말자.



길을 걸으며

다른 길을 상상한다.

미친 듯이 몰입하고

치열하게 슬프고

치열하게 고독한 끝에

자아의 완성, 잠재력의 실현

저명한 문학상을 탔다.

플래시를 받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러나 진심으로 기쁨을 나누고 싶은 이가,


곁에 없다.


이제 치열하게 아팠던 과정은

아름답게 치장되었지만

이미  아프고 나서 아름답다한들

상처 위에 덮은 위로와 치료

속까지 회복시키지 못한다.

치유는 오롯이 그녀의 몫이다.


세상에서 진지하게 대접받기 위해

정작 나 자신과 가족에게 대접하지 못했던...

가장 가까운 존재를 불행과 고독으로 밀어 넣은 처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녀는 상을 타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걸까?

아니면 아이와 남편을 돌보려고 온 걸까?

그녀만의 독특성과 특수성 유일성은

글 속에서나 드러나는 것일까. 

아니면 집 안에서 드러나는 것일까.

아니면 둘 다일까? 


어쩌면 삶이 더 직접적인 표현이 아닐까.

존재를 나누는 일 말이다.

 

어디서든 나는 나인 것을.

굳이 멋들어지고 처절할 필요가 있을까. 


나의 삶은 과연 나에 관한 것인가. 

모두에 관한 것인가?


나는 그저 개별적인 존재인가?

전체의 일부로서 참여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모두가 행복한 길을 걷겠다. 


여기 아닌 어딘가에서 무엇을 하려고 온 게 아니라

지금 여기서 살기 위해 이곳에 와있다.

여기 아닌 어딘가로 가있더라도

그때도 이미 그곳은

지금 여기가 되어있을 테니.


가야 할 곳이 있는가? 

도달할 곳이 있는가?


도망치지 말자.

지금 이 순간의 진실에 전념하자.


사랑이라면 사랑을 택했을 것이다.

작은 나를 버림으로써 드러나는

큰 나의 행복을 택했을 것이다.

알 수 없는 미래의 유혹이 아니라

분명한 지금을 손에 쥘 것이다.


그래, 아니라도 좋다.


이름 모를 꽃처럼

아름답고 작게 피었다가

사라지더라도..

곁에 있는 시선들이 신경 쓰여

치밀한 내면의 세계, 

비밀스럽고 은밀한 이야기는

차마 쓸 수 없을지라도...

행복해서 행복하지 않은 치열함은

담을 수 없을지라도...

무난한 평온함으로

고통을 섬세히 묘사할 수 없게 되더라도...


길을 걸어

집으로.


두 갈래의 길이 있었고

그녀는 지금 여기, 사랑을 택했다.


그녀가 사랑을 택한 게 아니라

더 큰 사랑이 그녀를 움직이게 했다.


어느샌가 기꺼이

희생 아닌 헌신으로_


어디로 어떻게 이어져 만날지

알 수 없어 아름다운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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