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는 버스를 막연히 기다리는 심정
기다림 정류장
사람이 많습니다.
뭔가 좋은 게 있나 봐요.
왜 그리 많이들 서있는지
슬쩍 물어봤더니,
그 이도 잘 모르겠대요.
그냥 다들 기다리기에
자기도 기다린다고 하네요.
저쪽에서 어떤 엄마가 보여요.
빨리 오라며 여기 서 있어야 한다고
싫다는 어린 걸음을 재촉하고 있네요.
글쎄요. 아이는 벌써 지쳐 보이는데
그래도 이게 좋은 걸까요?
한 두 명이 성공하여
전설처럼 떠났다는 소문이 들리지만
여전히 이곳엔 사람이 많죠.
오지 않는 버스를
막연히 기다리고 있어요.
지금이라도 걸어 나서면
어디로든 갈지 모르지만
어쩐지 우리는 정류장을 벗어나지 못해요.
쉽고 빠르게 나를 태우고 갈
버스만 온다면!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나도 될 거라 믿어요.
너는 안 돼도 나는 될 거라 믿어요.
복권을 사면서 한 방을 기대해요.
매번 안 됐어도 이번엔 될 거예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행운의 소수가 된 기분은 어떨까요?
정류장엔 전설들이 많죠.
먼저 버스를 탄 사람들의 얘기는 유명해요.
엥? 그런데,
버스가 온 기쁨은 아주 잠깐 뿐이라네요.
그럼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는 걸까요?
에잇, 모르겠어요.
그래도 좋으니
버스만 온다면...!
정류장을 뛰쳐나가 내 발로 걸어
아프고 힘들어 그 길에서 죽을 것 같더라도..
그럼에도 그들 중에
행복한 이가 많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에잇, 모르겠어요.
대단하다 싶지만 어쨌든 나는
여기가 나은 것 같아요.
의지도 사라지고
동기도 없어지고
힘이 빠지네요.
이젠 그냥 버텨요.
포기가 안되니까.
아직 살아있으니까.
어리석어도 어쩌겠어요.
그래도 기다리는 우리는
나약하지만 강한 걸요.
용감한 거예요.
살아내는 것 자체로.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의지 없고 힘 없어도
끈덕지게 살 수밖에 없지요.
때론 가만히 있어도 뛰는 사람과 차이가 없다고
먼저 간 이가 말해줬어요.
이상하게도 웃음이 나네요.
옆에 선 아저씨도
아이와 엄마도
함께 웃어요.